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한국 외교의 실수

북핵문제, 한-중 이해관계 다른데 '한중관계 강화=中 레버리지' 착각

사드 도입, 中 눈치 살피는 상황 초래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국제학과 교수1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는 북한이 계산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국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2013년 초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트리거 조항(trigger clause)에 따라 이전보다 강한 대북제재 조치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하겠지만 중국의 반대로 한미일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한중 간의 신뢰에도 이상이 생기게 됐다. 우리나라는 미일로부터 '중국경사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만큼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 또한 북한을 따돌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 강화에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가가 이런 노력의 클라이맥스였다. 작금의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음이 이번 핵실험으로 드러났다. 물론 중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 북한 핵개발이 동북아에 핵 도미노를 가져올 수 있고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중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가 북한의 주장대로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군도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줄 것을 희망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미국이 나서서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북핵 포기와 교환할 것을 주장한다.

남북한 및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당연히 상이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정세가 바뀜에 따라 개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전략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온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구조가 바뀌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한국 외교의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강화된 한중 관계에 너무 희망적인 기대를 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 정부는 한중 관계 강화에 들인 노력만큼 중국에 대해 레버리지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마자 강력한 대북제재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각각 중국의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중국에 대한 기대가 중국에 대한 압박과 실망으로 비치는 결과가 초래됐다.

두 번째 실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도입을 위한 입장표명의 수순과 관련이 있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북제재 수위와 한국의 사드 도입을 연계시킨 것이다. 한중 관계가 뒤로 갈 수 있는 위험한 문을 연 셈이다. 사드 도입이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도 이제 공식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결과도 초래됐다. 차라리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바로 사드 도입을 선언했었다면 이보다 나았을 것이다. 중국의 반대로 협상이 시작되면 중국의 대북제재 수위와 사드 도입을 연계시키는 데 유리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는 현실이다. 과도하게 희망적인 사고에 기대를 걸거나 안보를 남에게 의지하며 눈치나 살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태도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또 하면 사드를 도입하고 핵실험을 또 하면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경제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사전에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의가 있을 때만 우리의 안보도 지키고 북한과의 효과적인 협상도 가능할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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