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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 김모씨는 얼마 전 만기가 돌아온 60억원가량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자금을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넣기로 했다. 지난해 가입한 ELS로 연 7%가량의 수익을 벌어들이기는 했지만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에 돈을 넣어두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해서다. 김씨는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활용해 기존에 가입했던 저축성 보험에 추가 납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봤지만 돈이 묶일 수 있다는 판단에 그냥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당분간 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담은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부동산 매매나 임대 수익료 등으로 들어온 자금을 모두 예·적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을 뿐 ELS나 원유를 기반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조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손을 대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센터에는 예·적금 비중을 늘여달라는 자산가 고객의 요구가 늘고 있다. 이흥두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고객들이 이전에는 예·적금 비중을 60% 정도로 가져갔다면 올 들어 70%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올해 들어 이 같은 현상이 한층 가속화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 지점장은 "그나마 안정적인 공모주 펀드 외에는 투자상품은 거들떠도 안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HSCEI를 기반으로 한 ELS는 아예 팔리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자금 또한 모두 예·적금으로 운용해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산가들이 가입한 파생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3년이라 투자상품 비중이 그나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PB들의 설명이다. 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에 더해 추가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자산가들로서는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처 포착시 빠르게 돈을 빼기 위해 일반 예·적금보다 MMDA나 머니마켓신탁(MMT) 가입을 문의하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지난 29일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함에 따라 당일 오후에 자금 운용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도 PB센터에 쇄도했다. 시중은행 강남지점의 이 모 PB는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 수신금리 인상을 기다리던 자산가들이 되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자 자금 운용 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다시금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운용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