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쏟아지는 노동 가이드라인… 혼선 부추긴다

연내에만 10여개 발표 예정

"기존 법 유연한 해석" 장점 불구

일선 감독관도 "몇개인지 헷갈려"

법적 강제성 없어 효용성 논란도

'공정인사 지침(가이드라인),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 근로·휴게시간 구분 가이드라인, 특수형태종사자 가이드라인…'

최근 노동시장 분야에서 잇따라 발표됐거나 연내 발표될 정부의 가이드라인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2일 저성과자 해고를 명확하게 하는 공정인사 지침(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시행에 들어간데 이어 31일 열정페이 근절을 위한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내 10개 안팎의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마련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현장에서 법률 해석을 유연하게 도와주는 매뉴얼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아 오히려 효용성 논란과 함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시지속 업무종사자에 대한 자율적 정규직 전환과 불합리한 차별금지를 담은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경비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게시간 편법 책정방지를 위한 '근로·휴게시간 구분 가이드라인', 정시간 근로에 상응하는 보상을 위한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서면계약 의무화와 부당계약해지 제한 등 기본적 종사여건 보호를 위한 '특수형태종사자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할 예정이다.

이미 사내하도급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취업규칙 지침, 통상임금 산정 지침 등 다양한 가이드라인들이 산업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어 일선 근로감독관조차 정확한 가이드라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세부적인 행정해석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기존 법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향후 판례에 따라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판례로 뒤집힌 통상임금 지침이 대표적인 예다. 한 감독관은 "이슈가 되는 지침 외에는 다 챙겨볼 수 없을 정도"라며 "지침과 판례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도 감독관 입장에서는 책임 문제가 있어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에 의존하지 않도록 기존 노동법 체계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대해 '하라 또는 하지 말라'는 것을 담은 강행법규여서 지나치게 경직적"이라며 "판례에만 의존하지 않고 혼선을 없애기 위해 일본과 같은 유연한 근로계약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강행법규인 노동기준법 외에도 해고와 취업규칙 등 개별적 근로관계에 대해 지난 2007년 노동계약법으로 명문화한 것과 같이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판례에 따라 뒤집힐 수 있는 가이드라인 보다는 입법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노동시장이 복잡해지면서 기존 근로계약 체계를 벗어나는 유형이 나타남에 따라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이 공급되는 것"이라며 "입법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능성도 불투명하니 가이드라인이라는 응급처치가 남발되고 있는데 제도라는 건 결국 법을 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걸 가이드라인으로 풀겠다는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발표한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을 통해 실습생·견습생·수습생·인턴 등의 형태로 교육 또는 훈련을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업무 경험을 할 경우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일경험 수련생을 6개월 이상 쓰거나 그 수가 상시 근로자의 10% 등 일정비율을 넘어서도 안 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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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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