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설 경기 들여다보니] 박스째 사재기는 옛말… 단체 관광객 뚝 '춘제 특수'마저 사라져 매장 곳곳 한숨

'유커 명소' 명동·홍대 상권은 지금

메르스 사태 후 日·태국 눈돌려

韓, 쇼핑 외 즐길거리 발굴 시급

31일 주말인데도 홍대 부근의 화장품 브랜드 '더샘' 매장이 썰렁하다. 춘제 즈음에 유커들이 매장을 가득 메웠던 지난해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지윤기자

지난주 말 30일 저녁 서울 명동 쇼핑거리는 평소처럼 북적대는 인파로 활기차 보였지만 예전처럼 거리를 점령하던 유커들의 목소리는 그리 많이 들리지 않았다. 상인들은 "설 연휴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둔 주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맘때보다 손님 수가 확실히 적다"고 전했다. 유커들이 줄면서 화장품 로드숍, SPA 브랜드 매장 분위기 역시 예전과는 딴판이었다. 주말인데도 마치 평일 낮처럼 한산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명절을 앞두고 대부분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 설 즈음에 비해 방문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매장 관계자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스째 사던 중국인들이 요샌 소량 구매로 전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설 연휴 내국인보다 춘제를 맞아 방한한 유커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던 유통업계는 올해도 '유커 재림'을 기대하고 있지만 예상 밖의 춘제 특수 실종에 울상짓고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유커의 1등 관광국을 태국에 빼앗긴데다 일본마저 급부상해 유커 실적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 중 유커 비중이 45%에 달하지만 큰 손들이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날씨도 추워지며 1월 방문객이 예년 같지 않아 급증했던 유커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단체 관광객 비중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점점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올해 유커 중 자유여행객 숫자는 약 555만명으로 지난해 353명에서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명동의 거리 노점상도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명동에서 과즙 주스를 판매하는 김용선(가명)씨는 "곧 춘제인데 그 많던 중국인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라며 "한국 손님과 외국인 손님의 비율이 비슷했는데 최근 명절 특수의 큰 축인 중국인 고객은 줄고 있어 이번 설 특수 기대감은 사실 접었다"고 털어놓았다.

명동과 함께 대표적인 쇼핑지구로 꼽히는 홍대 앞 쇼핑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메인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50% 할인 포스터를 내건 화장품 로드숍은 한산했다. 지난 명절과는 다르게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나 관광버스가 꼬리를 물고 서 있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저가 팬시점이나 생활용품점만이 내국인과 외국인 손님들이 뒤섞여 북적였다.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설도 코앞이고 지난주에 비해 날씨도 풀렸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며 "중국인들도 설 연휴에는 우리보다 더 따뜻한 일본 등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국 우한에서 한국을 찾은 슈메이씨는 "엔화가치가 하락한데다 쇼핑 일변도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온천 등 관광이 잘 연계돼 있는 게 장점"이라며 "한국도 쇼핑 외 즐길 거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대 앞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이 썰렁한 매장 안을 정리하고 있다. /이지윤기자

명동에 위치한 한 화장품 로드숍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지윤기자

지난 20일 인파로 가득한 서울 명동 쇼핑거리./이지윤기자


관련기사



이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