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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사들이 공연 일부를 공개하는 '맛보기 행사'를 잇따라 선보이며 관객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언론과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장에서 진행했던 공연 일부 시연(프레스콜)을 콘서트 성격의 쇼케이스로 대중에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엔 이들 현장을 인터넷 생중계하며 대(對) 관객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선 오는 14일 개막하는 뮤지컬 '아랑가'의 월요 쇼케이스가 열렸다. 출연 배우들은 8곡의 넘버를 미리 선보임과 동시에 토크쇼 형식으로 재치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갔다. 월요 쇼케이스는 인터파크가 자체·위탁 운영 중인 공연장 4곳을 무료로 대관해주면 기획사가 관객과의 대화, 하이라이트 시연 등 원하는 형태의 이벤트를 펼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3월 뮤지컬 '영웅'을 시작으로 쓰루더도어·유린타운·베어더뮤지컬·아리랑 등이 같은 행사를 열며 뮤지컬 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관람료가 평균 4,000~5,000원으로 저렴한 데다 개막 전 작품의 음악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생중계'가 새로운 홍보 포맷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 프레스콜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라이브로 방송됐다. 배우들은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실제 공연 무대에서 의상·분장을 갖추고 시연했고, 작품에 대한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이에 앞선 1월 25일에는 3월 개막하는 뮤지컬 '마타하리'의 쇼케이스가 역시 네이버 생중계로 관객과 만났다. 청담동의 한 재즈 바에서 진행된 행사에선 배우들이 나와 극 중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주요 음악을 선보였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진행하는 뮤지컬 행사 생중계는 지난해 '데스노트'의 쇼케이스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김준수·홍광호 주연이라는 주목도에 대형 포털이 지닌 파급력이 더해지며 톡톡한 홍보 효과를 봤고, 황정민이 연출을 맡은 '오케피'도 개막 전 라이브 토크쇼 형태로 공연 일부를 선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생중계 포맷은 수용 관객이 한정된 공연장 행사와 달리 전파를 통해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작품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큘라 제작사인 씨제스컬처의 황보예 홍보팀장은 "뮤지컬 주 관람층은 여전히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을 통해 장르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타하리 제작사인 EMK의 신예진 차장도 "개막 전 대중에게 호기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쇼케이스를 생중계로 진행했다"며 "실시간으로 접속자 수와 댓글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점도 제작사 입장에선 유용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통해 진행되는 생중계엔 별도의 이용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 역시 큰 매력이라고. 특히 생중계 며칠 전부터 네이버에 다양한 예고 콘텐츠가 게시되는데, 이 또한 무료다. 포털 사이트 '노른자 자리'에 무료로 자기 작품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함성민 네이버 공연·전시 매니저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개하는 목적이 큰 만큼 제작사에 비용을 청구하진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