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 수출쇼크] 13대 주력품목 일제히 뒷걸음질…시험대 오른 '주형환 수출정책'

對中·美 수출 감소이어 베트남·중남미도 바닥

현대차 22.8% 급감… 버팀목 車마저 주저앉아

中 내수공략·이란 신시장 개척도 쉽지 않을 듯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월 수출입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연초부터 모든 수출지표가 최악을 가리켰다. 유가하락으로 석유제품(-35.6%)과 선박(-32.3%) 수출액이 급감하는 등 13대 주력품목(-21.1%)은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버팀목이던 자동차(-21.5%)마저 주저앉았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불안과 환율악화, 저유가에 따른 아프리카·중동, 중남미 시장의 경기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다. 수출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수출정책을 총지휘하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수출실적은 수출단가와 수출물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26.9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배럴당 46.8달러)보다 41.3%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제품가격도 함께 떨어지며 석유·석유화학 제품 등 두 품목에서만 수출액이 16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3·4분기(5.4%)까지 견조했던 수출물량 증가세는 4·4분기(-3.1%) 하락으로 돌아섰고 지난달 하락 폭은 5.3%로 더 컸다.

국내 주력산업인 자동차의 해외 수출을 보면 환율도 최근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이날 내놓은 '1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한 자동차 대수가 지난달 7만2,562대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2.8%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환율 측면에서 대응이 좀 더 유리한 해외 생산 판매 감소율(-10.9%)보다 2배나 높았다. 기아자동차의 1월 해외 수출물량도 7만3,625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1% 줄었는데 해외 현지 판매 감소율의 2배 수준이었다.

주력 수출품을 대체할 신규 품목의 열기도 식었다.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전체 증가율(53.2%)에 한참 못 미치는 2.1% 확대하는 데 그쳤고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버(SSD)의 수출실적은 22.1% 줄며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수출시장 여건도 좋지 않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21.5%)과 미국(-9.2%) 수출이 급감한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생산시설 진출로 지난해 24.3% 증가했던 베트남 수출마저 8% 감소했다. 자원국이 포진한 중동(-31.1%)과 아세안(-19.7%), 중남미(-35.8%) 등의 수출은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올해 40~60달러를 보인다는 전제하에 세워졌다. 현재 30달러대인 유가가 반등하지 않는 한 중동국가와 신흥국들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이들 국가로 물품을 수출하는 중국도 회복이 어려울 공산이 크다. 지난해 수출실적(-8.9%)이 부진했던 만큼 올해 수출은 소폭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던 산업부 역시 예상보다 가파른 수출 감소에 당황하는 표정이다. 유가하락과 중국 경기둔화로 정부의 전망은 연초부터 빗나갈 처지에 놓였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된 주 장관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주 장관이 수출 회복책으로 꺼내 든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 이란 등 신시장 개척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가격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시에 보였던 적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일어났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현상과 유사하다"면서 "정부 정책만으로는 경기냉각에 따른 전 세계 수요부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구경우기자 강도원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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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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