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금융신상품과 경제위기


1994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파산은 당시 큰 충격이었다. 애너하임·오렌지 등 대표적 부자동네인 이 카운티가 일개 재정담당자의 투자 실패로 미국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파산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직접 원인은 재정을 담당했던 로버트 시트론이 운영한 200억달러의 채권투자가 그해 15억달러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시트론은 당시 최첨단 기법인 '역환매조건부채권(Repo)'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조달 비용이 적고 안정적인 Repo로 단기자본을 획득하고 금리가 높은 장기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목표 금리 3%를 접고 1년 동안 여섯 차례나 인상을 통해 이전의 두 배인 6%까지 금리를 올린다. 이 여파로 멕시코가 금융위기에 빠졌고 오렌지카운티까지 파산해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따 '그린스펀 쇼크'라고도 부른다.

그 후 3년도 안 돼 우리가 겪은 아시아 외환 위기도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종합금융회사 등이 1년 미만의 단기로 자금을 차입해 동남아 국가 채권 등에 장기로 운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금융가의 신 조류였다. 태국 밧화를 시작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금이 막힌 우리나라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의 파생금융상품이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시키면서 촉발됐다.

금융 신상품은 위험은 분산시키고 수익은 극대화한다는 모순된 목표를 추구한다. 호황이거나 '유동성 잔치' 때는 효자상품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 '위험성'이 경제위기로 직결될 만큼 증폭된다. 우리 증권사들이 2~3년 전부터 '중위험·중수익'이라고 대거 팔아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연계상품(ELS)이 위태위태하다. 투자자들은 시장 위험이 현실화하기 전 적절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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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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