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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 없는 저유가 행진에 보일러 업계가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보일러로 부각됐던 펠릿보일러업계는 사실상 고사 상태에 처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문을 닫는 펠릿보일러(사진) 업체들이 급증하며 업계 자체가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산림청은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을 받고 자체 심의위원회의 적정성 평가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주택용과 산업용으로 구분해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용은 4개 업체, 산업용은 6개 업체가 선정됐다. 목재펠릿은 목재나 제재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톱밥으로 분쇄해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압축해서 만드는 바이오 연료다.
하지만 업계 취재 결과 지난해에만 주택용 업체 1곳과 산업용 업체 3곳이 사실상 부도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용과 산업용 사업에 동시에 참여하는 업체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부지정 업체의 절반이 지난 한해 문을 닫은 것이다.
펠릿보일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유가 하락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펠릿 연료는 등유와 비교해 동일 열량 대비 가격이 30% 이상 저렴했지만 종전 10ℓ에 1만원 수준이던 등유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지며 가격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부의 지원책 변화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용 보일러의 경우 2014년 30억원이던 관련 예산이 지난해 18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업체당 국고보조율도 기존 50%에서 30%로 감소했다. 펠릿보일러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펠릿 연료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예전보다 보조율이 줄어들다 보니 중소 사업장 입장에서는 펠릿 보일러 구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용 보일러의 경우 동반성장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5월 펠릿보일러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2018년 5월 말까지 귀뚜라미가 기존 목재 펠릿 보일러 시장의 현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보일러 보급 시장이 100억원도 채 안되는데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업계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동반성장 정책만 아니었다면 가능성 있는 중소업체가 부도나지 않고 이번 위기를 넘기는 버팀목이 됐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펠릿보일러의 환경 기여도를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종전보다 적극적인 보급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펠릿협회 관계자는 "당장은 저유가로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환경 기여도는 월등한 만큼 정부의 지원책이 펠릿원료 보조금 지원 등과 같이 전향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