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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산지대' 국내서 지열발전시대 연다

4월 亞 최초 포항지열발전소 시범 가동

4~5㎞ 깊이로 시추공 뚫어 지열수 순환

'심부발전기술'로 비화산지대 약점 극복

CT기술 활용 수압파쇄로 시추비용 절감

포항 지열발전소
경북 포항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 지열발전소'의 발전 모습. /사진제공=넥스지오

# 오는 4월 아시아 최초의 지열발전소가 대한민국에서 시범 가동을 시작한다. 내년 12월 경북 포항 흥해읍에 들어서는 '포항지열발전소'다. 완공 후 정식 가동되면 6.2㎿급 전력을 인근 4,000여가구에 공급하게 된다.

'비화산지대'인 우리나라에서도 지열발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열발전은 아이슬란드나 일본·인도네시아처럼 화산지대에 위치해 200도 이상의 고온 지열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통념에 우리나라가 기술력으로 도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 기술은 '인공지열 저류층 생성기술(Enhanced Geothermal System·EGS)'이다. EGS 지열발전은 보통 4~5㎞ 정도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가 열원이 저장돼 있는 지층까지 시추공을 뚫은 뒤 지열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화산지대 등에서 지열발전소를 지을 때 보통 3㎞ 정도의 깊이로 시추공을 뚫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땅속으로 더 들어가는 방식이어서 '심부지열발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EGS 공정은 우선 파이프 형태의 드릴을 이용해 섭씨 150~200도의 열원이 있는 암반까지 2개의 시추공을 뚫는 방식으로 개시된다. 시추공 중 하나는 주입정, 다른 하나는 생산정이다. 주입정을 통해 암반에 강한 수압을 가해 균열을 일으켜 시추공 사이에 수로를 만드는 '수압파쇄' 과정을 거친다. 이후 섭씨 50~70도 정도의 물을 주입정을 통해 지하로 흘려보내고 암반과 만나 150~200도로 데워진 지열수는 생산정을 통해 끌어올려진다. 지열수가 보유한 열에너지는 지상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물과 암모니아가 혼합된 액체로 전달되고 이 액체가 증발하며 터빈을 돌려 발전이 이뤄진다. 김광염 건설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 지열발전 연구팀장은 "지열수가 200도를 넘지 않는 비화산지대에서는 대체적으로 열교환기 방식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포항지열발전소에서는 160도의 지열수를 얻고 있다.

시추작업은 지열발전 확산 속도를 더디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시추공 하나를 뚫을 때 최소 100억원 이상이 들 정도로 비용이 큰데다 평균 500m 정도 되는 수로를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연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로 암반의 균열 특성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시추공이 설치되는 암반과 동일한 종류의 암석을 CT 촬영해 암석 균열 특성을 지상에서 실험한 뒤 이를 실제 수압파쇄 과정에 적용했다. 김 팀장은 "암석이 특정 조건에서 어떻게 깨지는지를 파악하면 물의 양과 압력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그렇게 만들어진 수로는 어떤 모양인지 예측이 가능하다"며 "시추 비용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연은 해당 시스템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럽연합(EU)이 주관하는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의 지열발전 부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참여하게 됐다.

지열발전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땅속에 있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풍력이나 조력·태양열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24시간 연중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그마로 인해 데워진 암반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지구가 식지 않는 한' 거의 무한대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전 세계 지열발전 설비 용량은 약 12.6GW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전 세계 지열발전량이 연간 1,400TWh로 치솟아 전 세계 발전량의 3.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특히 EGS 지열발전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져 2050년에는 전체 지열발전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선진국에서도 EGS 지열발전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비화산지대인 독일과 프랑스가 앞서 있는데 프랑스는 슐츠 지역에 1.5㎿급 EGS 지열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독일은 운터하힝에 3.4㎿급을 비롯해 란다우(7㎿급)·인스하임(5㎿) 총 3개의 EGS 지열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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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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