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런던 붕어빵과 한식 현지화-정문목 CJ푸드빌 대표



최근 언론을 통해 런던 비비고의 붕어빵이 현지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라고 소개됐다.

인기 길거리 음식이 디저트인 '골드피시'로 대변신해 호평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런던 붕어빵은 붕어빵에 아이스크림, 견과류 아몬드 등을 뿌려 제공된다. 가격은 5파운드, 한화로 약 8,700원이다.

우리 식문화를 담은 런던 비비고 메뉴는 붕어빵 외에도 다양하다. 호떡 위에 아이스크림과 견과류·베리류를 올린 '스위트 코리아 팬케이크'. 한 접시에 순대와 백김치를 담은 '코리안 블랙 푸딩', 한국식 닭튀김인 '강남통닭' 등이 있다.

바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칵테일 '소호 소맥'과 소주를 베이스로 만든 '아니면 말고'라는 뜻의 '아말', '멘탈 붕괴'라는 뜻의 '멘붕'도 판매한다. 바텐더가 손님에게 칵테일 이름을 설명하면 대개 폭소를 터뜨리며 유쾌하게 주문한다. 영국인은 이야기가 담긴 우리 식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비비고 런던의 붕어빵 사례는 우리 식문화 고유의 정통성과 현지화에 대해 많은 의미를 곱씹게 한다. 비비고 런던 1호점은 런던올림픽이 열린 2012년 7월 말에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인 옥스포드 서커스 부근 그레이트 말버러 스트리트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패인은 지나치게 힘을 준 데 있었다. 오픈 8개월 만에 메뉴를 전면 개정했다. 퓨전스타일 한식 메뉴를 모두 제외하고 전통 한식 메뉴로 채웠다. 한식의 전통의 맛을 고수하되 서비스 방식은 현지인들의 기호에 맞게 조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거짓말처럼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맛집으로 부상했고 3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 런던판에 등재되며 한국 식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자국의 식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J푸드빌 역시 한식 세계화를 위해 오랜 시간 해외에 투자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지금과 같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한식 세계화를 이루는 데 비비고 등이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외식의 경우 제조업과 다른 고유 특성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 장기적인 접근과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면 무조건 이긴다'는 말처럼 우리 음식의 정통성을 근간으로 현지 요구사항을 적절히 수용할 때 한국 식문화는 해외에서도 꽃피울 수 있다. 음식은 만남이고 포용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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