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한국 증시 PBR 0.9배로 선진국 절반… 브라질·러 수준으로 저평가

금융위기후 최저치 맴돌아

미래 성장 기대감 저하에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도 해외경쟁사보다 낮은 평가


한국 증시를 평가하는 척도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맴돌면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이나 폴란드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PBR 역시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율과 유가 등 대외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 속에 기업들의 미래 성장 기대감마저 빠르게 식으면서 주식시장의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지난 1월 말 기준 전 세계 주요국 증시의 PBR(12개월 선행 기준)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의 PBR는 0.9배로 조사됐다. 이는 선진시장 평균 PBR 1.8배의 절반 수준이며 신흥시장 평균 1.1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일본(1.1배)과 중국(1.1배), 대만(1.3배)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서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특히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 수준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신흥국 가운데 PBR가 1배를 밑도는 곳은 한국을 제외하면 브라질(0.9배), 폴란드(0.9배), 러시아(0.3배) 등 단 3개국에 불과하다. 최근 원자재가격 급락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증시의 PBR가 1배를 밑돈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주력 기업의 수출 부진에 위안화 절하로 촉발된 중국발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1,820선까지 추락하면서 PBR 1배가 무너지기도 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가도 여전히 해외 경쟁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PBR는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0.9배에 거래되며 미국의 애플(4.0배)이나 구글(3.7배)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현대차의 PBR는 0.5배로 일본 도요타(1.2배)에 뒤처져 있고 SK이노베이션(0.7배)은 미국 엑손모빌(1.8배), 포스코(0.4배)는 일본 신일본제철(0.6배)과 비교해 주가 수준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들의 미래 성장 기대감 저하를 꼽는다. 기업들이 당장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은 확정된 이익보다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토대로 투자하는 자산인 만큼 결국 성장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의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버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며 "최근 국내 기업들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이익을 쌓아두거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하는 방어적인 투자환경이 지속된다면 한국 증시의 낮은 PBR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한국 증시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떨어지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며 "아울러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후진적인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대외변수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만드는 정책과 더불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금융정책 등을 통해 시중의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율과 유가 등 대외변수가 안정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될 경우 국내 증시는 다른 신흥국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토대로 빠르게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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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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