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생보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7조3,412억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저축성보험 등의 만기에 따른 만기보험금이 5조1,009억원으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사망보험금(2조1,400억원), 상해보험금(995억원) 순이었다. 이는 보험사들이 지난 2014년 지급한 보험금 7조6,396억원보다 3,00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생보사들의 총자산이 지난 2014년 656조원에서 1년만에 713조원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 지급 보험금은 오히려 줄었다.
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해지환급금은 16조7,9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15조6,144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었으며 해지 건수도 400만건을 넘어섰다. 불황 등의 영향으로 보험 가입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도 전에 생활자금 마련 차원에서 보험을 해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고객의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사업비를 뗀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초기에 떼는 사업비 대부분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되며 이후 보험사는 상품별로 위험보험료와 보험유지비 등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바탕으로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굴린다.
회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종신보험의 사업비는 월 납입보험료의 15배 정도이며 저축성 보험은 월 납입보험료의 3~4배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사업비를 초기에 많이 차감하며, 나머지 사업비는 이후 7년여에 거쳐 미상각신계약비 명목으로 나눠 차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신보험 상품 가입 후 1년여만에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저축성보험 상품 또한 중도해지시 납입 보험료에 크게 못미치는 해지환급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잦다.
보험사 측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사업비에서 보험설계사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량 되는데다 보험 해지시 유지비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해지 건수 증가는 길게 봤을 때 손해”라며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신계약 유치 건수 외에도 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페널티를 도입하고 있지만 보험대리점(GA)이나 방카슈랑스 등 채널이 다양해져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계약 체결 2년 이내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지금까지 받은 수당을 토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불완전 판매로 분류될 경우 갖가지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고객들이 상품 가입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설계사인 지인의 부탁을 받더라도 필요하지 않은 상품은 가입하지 말며, 보험은 한번 해지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갖고 향후 자금 상황 등을 감안해 가입하라는 것. 종신보험과 같이 사업비가 높은 상품을 저축성보험 상품인 것처럼 파는 등의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