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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명절은 대규모 관광이벤트 지역관광 활성화 이뤄내야

서울 아닌 지방 사람인 기자는 올해 설날에도 고향을 다녀왔다. 민족대이동이라는 명절 귀성 행렬의 한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뼛속부터 지방 출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설날 차례를 마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인근의 한 공원을 찾았다. '입장권은 2,000원. 다만 지역 시민은 1,000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해당 지역민을 우대하기 위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장료에 차이를 둔다. 물론 기자는 '법적'으로는 고향의 시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은 할인을 받고 기자와 기자의 아이들은 원래 입장료를 지불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관광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 자체로 대단히 큰 이벤트다. 명절날 대도시나 다른 지역에서 자신의 고향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국민의 태반이다. 그것도 수도권이 아니라 두메산골이나 서해의 섬들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여름 바캉스 철이나 봄·가을 '여행주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죽하면 민족대이동이라는 표현을 당연한 듯 사용하겠는가. 1960년대 이후 도시화·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이런 현상이 생겼으니 벌써 반세기다.

최근 한국 관광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지역관광을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무성하다. 원래는 중국인 관광객을 서울이나 제주 이외의 지역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이는 우리 국민의 국내 관광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설날이나 추석이 관광 산업 측면에서 별로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유는 있다. 대부분 귀성객들은 가족들의 집에 머무르고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다. 관광지출이라고 해봐야 인근 유원지를 방문하는 것뿐이다. 당연히 호텔에 투숙할 일도 없다.

해당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길가에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은 도시들이 많지만 이들 귀성객들을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는, 그런 의지라도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이러니하게 명절이 관광산업과 관련해 언급되는 것은 귀성객들이 줄어든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됐다는 등의 이유로 지역과 연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긴 연휴를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즉 연휴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명 관광지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차원이다.

어디 어디 출신이라고 하지만 말뿐이다. 기자야 고향이 지방이지만 기자의 아이들은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란 서울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아버지의 고향도 할머니 집이 있는 먼 여행지일 뿐이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각 지역들은 해당 지역 출신으로 귀성하는 '원(原)시민'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고향의 관광지를 더 많이, 자주 이용하고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서울로 돌아와 귀성·귀경의 모험담이 아닌 지역관광 홍보라도 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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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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