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두 토끼 잡는 이스라엘 방산 배워야

정부 전폭 지원에 글로벌 경쟁력↑… 안보-방위산업-경제발전 선순환

한국도 수출 지향 정책 필요

안영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대국민 담화의 화두는 '안보-경제 동시위기'론이다.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북핵·미사일 사태와 수출 부진, 그리고 중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 산업의 침체와 실업이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스라엘은 수차례에 걸친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바 있으며 최근에도 팔레스타인 문제와 요르단·시리아 등 주변국들과의 분쟁에서도 우위에 있는 안보 우선 국가다. 또한 연간 수출 620억달러, 경상 수지 흑자가 100억달러 이상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8,000달러에 이르는 강소 선진국으로 안보-경제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유례가 드문 국가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롤 모델로 평가받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국가 안보 전략 산업인 방위 산업의 높은 글로벌 경쟁력에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방위 산업의 생산 규모는 약 100억달러로 제조업 생산액의 10.5%에 달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효자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생산 비중(10.2%·2014년)보다 높다. 게다가 생산액의 약 80%는 수출로, 전체 상품 수출액의 약 13%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 방위 산업의 생산·수출 선순환구조는 고용 창출로 나타나고 있다. 방위 산업 고용은 약 6만명으로 제조업의 약 14.3%, 국가 전체 고용의 1.7%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즉 이스라엘 인구 130명 중 1명이 방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03년 10.7%에 이르던 실업률을 5.9%(2014년)로 대폭 감소시켰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방위 산업-경제 발전의 선순환구조로 고용 먹거리를 창출한 것이다.

이스라엘 방위 산업의 놀라운 발전 배경에는 시장 및 대기업 중심, 민군 간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출 없는 개발은 없다'는 국방 연구개발(R&D) 정책 외에도 항공 방산 기업인 IAI와 엘빗 간의 경쟁과 협력을 유도했고,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와 유사한 역할을 하던 정부의 국방 R&D 연구기관인 라파엘의 민영화(2002년)로 불과 12년 만에 이 기업을 매출액 20억5,000만달러, 종업원 수 7,000명과 다수의 해외 지사를 둔 글로벌 52위 기업으로 육성했다. 또한 이들 3대 글로벌 방산 대기업의 비중이 전체 생산의 75%를 뛰어넘는 높은 산업집중도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 창출을 도모했으며 민군 기술융합 정책으로 무기의 서브 시스템 분야인 핵심 부분품, 수리 개조, 소프트웨어를 핵심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이스라엘에 비해 방위 산업에 투자하는 우리의 정부 예산은 약 4.5배나 많지만 생산 규모는 비슷하며 수출은 이스라엘의 15%, 절대 고용 규모는 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우리 방산 생산액의 87%는 내수 조달 구조로 돼 있어 이스라엘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유사한 안보 환경, 우월한 산업 구조, 연간 15조원의 견고한 내수를 기반으로 방위 산업 육성의 최적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가 전체의 역량을 결집시켜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방위 산업 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방위 산업은 전형적인 시장 실패 산업군으로 정부의 적극적·전략적 산업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 역시 방위 산업에 대한 효과적 정책 수립으로 튼튼한 안보를 지원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청년실업률 9.2%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청년 고용 절벽의 해법을 위한 묘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담당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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