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파생결합증권 100조 시대…증권사 유동성 위기론 부각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과 함께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론마저 나오며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ELS와 파생결합증권(DLS)를 합친 총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0조1,057억원을 나타내며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ELS 발행잔액은 68조3,314억원 이었고, DLS는 31조7,743억원의 발행 잔액을 나타냈다. 올해에만 1조7,0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등 발행잔액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원금손실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가와 유가가 크게 하락한 지금이 오히려 파생결합증권 투자의 적기라고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파생결합증권 규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에서만 3조3,000억원이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발표 이후 H지수는 추가 하락하며 현재 원금손실 규모는 3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DLS 역시 국제유가 급락으로 올 1월에만 1,000억원대의 손실이 추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ELS와 DLS의 주요 기초자산인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국제 유가 급락으로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최악의 경우 원금의 70% 이상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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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결합증권의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유동성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증권사들은 글로벌 증시 급락 사태로 ELS의 헤지(위험 회피) 여건이 나빠지면서 파생상품 운용과정에서 1조3,187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급락 사태로 증권사들이 지난해 못지 않은 헤지 비용을 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극단적 상황을 적용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증권사들의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잔존하는 파생결합증권의 만기가 대부분 2018년에 집중되는 가운데 이때 증권사들이 ELS에 편입한 자산을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놓게 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2018년 위기론’도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ELS를 발행한 자금으로 사들인 채권이 제값에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들이 그만큼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 ELS 최종만기가 집중화돼 있어 이 시기 증권사 유동성 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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