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요동치는 2016 미국 대선… 샌더스 센터로

뉴햄프셔 압승 하루만에 700만弗 모금… 非백인 유권자 지지율도 클린턴과 엇비슷

선거자금 동원력 클린턴 앞질러

네바다 등서도 이변 가능성 커져



'샌더스 돌풍'이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권 레이스에서 파란의 주인공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선거자금 동원력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압도하는가 하면 지지 기반도 기존의 백인남성과 무당파 위주에서 히스패닉ㆍ흑인ㆍ여성 등으로 넓혀가는 추세다.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지역인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ㆍ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ㆍ27일)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경우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전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70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샌더스 의원의 역대 하루 최고 모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샌더스 의원이 뉴햄프셔 승리 연설에서 "이후 경선 주를 방문하는 데 필요한 돈을 10달러건 20달러건 모아달라"고 호소하자 전국에서 풀뿌리 유권자들이 즉각 응답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1월에도 총 2,000만달러를 모아 1,500만달러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앞질렀다. 최소한 '실탄' 측면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세론에 밀리지 않는 셈이다.

샌더스 의원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샌더스 의원은 5대 대형 정보기술(IT) 직원들로부터 10만5,000만달러를 모금해 클린턴 전 장관의 9만5,000만달러를 눌렀다. 이는 지난해 1ㆍ4분기보다 4배 가까이 불어난 액수다.

샌더스 의원의 최대 약점인 표의 확장성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사실 '샌더스 열풍'에는 운도 작용했다. 주요 지지층인 백인 유권자와 무당파가 몰려 있는 아이오와ㆍ뉴햄프셔주에서 먼저 경선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반면 네바다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슈퍼 화요일(3월1일)'에 민주당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12개 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세력인 흑인ㆍ히스패닉 등 소수계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하지만 미 ABC방송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출구조사 결과 샌더스 의원과 힐러리 전 장관이 비(非)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49대50으로 거의 비슷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경선 초반 '사실상 2연승'을 등에 업은 샌더스 의원의 전국 인지도와 소수계의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네바다 등에서도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구나 클린턴 전 장관은 주요 지지세력인 여성 표마저 무너지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아이오와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 표를 샌더스 의원보다 11%포인트 더 얻었지만 뉴햄프셔에서는 오히려 11%포인트 뒤졌다.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안일한 선거전을 펴다 신뢰와 정직의 이미지, 불평등 해소를 앞세운 샌더스 의원에게 여성 표도 밀리고 있다.

하지만 샌더스 돌풍이 미풍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만약 클린턴 후보의 아성인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샌더스 후보는 슈퍼 화요일에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로이터ㆍ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은 클린턴 전 장관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히스패닉계의 지지율도 32%로 클린턴 전 장관의 48%에 뒤지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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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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