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北, 개성공단 자산동결] "봄옷 성수기가 코앞인데 제품 압류라니…" 입주기업들 패닉

"인력·차량 부족으로 물품 옮기지도 못했는데…"

값비싼 금형 장비 등 남겨둬 큰 손실 불가피

전문 판매점·평화누리 명품관도 운영 중단 위기

심각한 표정의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
북한이 개성공단 자산동결과 남측 인원 추방 조치를 취한 11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정기섭(오른쪽 두번째)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항해 북한이 남측 인원들에 대해 전원 추방과 자산동결 결정을 발표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그나마 남은 희망마저 빼앗긴 표정이다. 공단 내 인원·자재·장비 철수 절차가 시작된 11일 오후5시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오후5시30분 북한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와 물자·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히자 입주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의 발표 전까지만 해도 정부에 업체별로 수요를 조사해 입경 인원과 차량 등을 추가로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북한의 발표로 이마저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러운 철수 소식과 북한의 추방 소식에 당장 값비싼 장비들의 관리도 문제다. 개성공단에서 광통신제품을 제조하는 제씨콤의 경우 지난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됐을 때 장비로 인한 손실만 30억원에 달했다. 이재철 제씨콤 대표는 "항온·항습을 매일매일 해줘야 할 정도의 정밀장비들이 많은데 며칠만 방치하면 다 망가진다"며 "장비를 철수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대형 차량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치명적인 손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류 봉제업체들은 봄 성수기를 맞아 그동안 생산한 제품을 사실상 폐기처분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개성공단 입주 섬유업체의 한 대표는 "2013년 피해 복구도 아직 안 됐고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또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올 봄철 성수기로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수십만점의 의류를 다 가져올 방법이 아예 없어졌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바이어들도 끊겼다. 장갑 전문 제조기업 범양글러브의 윤병덕 대표는 "바이어들은 벌써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발 제조기업의 한 주재원은 "무작정 공단을 폐쇄하면 거래처에서는 우리에게 피해를 묻게 될 텐데 신제품 양산을 위한 금형이라고 가져올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서울 종로에 있는 개성공단 전문 판매점은 개점 1년도 안 돼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고 일산 킨텍스에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생산제품 상설전시관인 '평화누리 명품관' 역시 개관 4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 개성공단상회에서 만난 김진조 부장은 "앞으로 운영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막막하기만 하죠"라며 연신 한숨만 쉬었다. 지난해 5월께 문을 연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 인천, 대전 둔산점 등 전국 6개 매장으로 확대 운영됐다. 다음주부터 오는 3월 말까지 서울 군자점, 대전 노은점, 강남 대치점 등 3곳도 추가 개점할 예정이었지만 이들 점포는 이제 폐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덕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은 이를 두고 "우리가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개성공단 입주기업 물류단지 건립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정부가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북측 근로자들의 퇴직금 문제와 토지 사용료, 세금 등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현재 북측 근로자는 900명이나 돼 이들의 퇴직금이 상당히 부담되고 정부에서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겠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쪽에 있는 공장을 내준다고 해도 그 많은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 결국 정부의 대책은 립서비스 아니냐"고 토로했다. /강광우·이완기기자 pressk@sed.co.kr


관련기사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