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홍콩H지수 폭락→ '녹인 공포' 확산… 회복조짐 ELS시장에 찬물

신규자금 유입… 발행 잔액 100조원 돌파 불구

주가 하락에 원금 손실 우려 상품만 4조 달해

中증시 여전히 불투명…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가 11일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약 5,600억원 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이 새로 녹인(knock 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연초 홍콩H지수가 급락한 후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관련 ELS에 자금이 재유입되고 있지만 지수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과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3% 급락한 7,657.92로 마감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ELS 가운데 5,678억9,300만원 규모의 상품이 새롭게 녹인에 진입해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공포가 다시 확대됐다. 이날 홍콩H지수는 설 연휴 동안 발생한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장중 내내 4~5%대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지난달 22일 홍콩H지수의 7,900선 붕괴로 1조원 규모의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후 하락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이날 또다시 급락세를 보이며 7,700선마저 무너졌다. 이에 따라 홍콩H지수 ELS 중 녹인을 터치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 상품의 규모는 4조원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LS 헤지 실패에 따른 손실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지난해 8~9월 20% 가까이 폭락하면서 지난해 3·4분기 국내 증권사들은 파생상품 운용에서 약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지난해 3·4분기 국내 증권사 전체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약 40%나 감소하는 등 ELS 관련 손실이 수익성 저하의 주요 요인이었다"며 "연초 홍콩H지수의 낙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상위권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금 손실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다소 회복세에 놓였던 ELS 시장이 더 깊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을 합친 총 파생결합상품 발행잔액은 100조1,057억원을 기록해 올 들어 한 달 남짓 동안 1조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왔다. 오히려 홍콩H지수 ELS의 녹인 이슈를 좋은 투자기회로 보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노리는 위험 성향의 투자자들이 나타나는 모습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7~29일 30억원 한도로 모집한 12084호 ELS는 청약경쟁률 5.445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불안이 불거졌던 지난해 8월 이후 ELS 순발행 규모는 평균 1조1,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체할 만한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이 아직 부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규 투자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특히 홍콩H지수가 다시 떨어지고 있는 만큼 ELS에 대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리적 저지선인 7,500선을 앞두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여준 만큼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는 외국인 비중이 높아서 대외 변수와 중국 본토 변수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으로서는 7,500선이 단기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등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ELS에 투자하려 한다면 당분간은 노녹인이나 녹인을 40% 미만으로 낮춰 안정성이 강화된 상품만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추가 하락폭이 어디까지가 될 것인가가 ELS 투자를 결정하겠지만 이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당분간은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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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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