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 왔다.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졸업식 모습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밀가루와 달걀로 뒤범벅된 교복을 입고(혹은 알몸으로) 도로를 누비는 학생들의 모습. 그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당연한 졸업식 풍경이 돼버렸다. 한 경기도 고등학교 교사 김지영(41) 씨는 “아이들이 힘든 순간을 넘긴 서로를 축하하려고 시작한 행사라고 해도 요즘은 그 정도가 도를 넘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과 학교들은 졸업식에 경찰을 배치하거나 졸업식 시기를 앞두고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의 위법성을 알리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지난 2010년 설문업체 리얼미터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라는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졸업식 문화 개선을 위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27.8%>,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자는 강경한 의견도 상당수<17.5%>)
몇 년 전부터 올바른 졸업식이 등장하면서 여론도 좋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중한 날을 특별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이색 졸업식도 등장했다.
△ 교사가 아침밥을 지어서 제자에게 주는 울산의 모 초등학교
△ 340명이나 되는 졸업생이 한 명씩 단상 위로 올라와 교장, 교감, 담임, 학부모 대표와 포옹하는 졸업식 등
△ 경북 구미의 한 여고는 졸업식 행사에 ‘희망의 나무 심기’와 ‘희망 날리기’라는 프로그램.
정들었던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는 자리. 밀가루, 달걀로 얼룩진 졸업식보다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이색 졸업식이 나중에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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