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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번 북한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강력히 추진하고 대북제재 법안에 사실상 중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자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13일(현지시간) 미 의회의 대북제재 법안 통과를 계기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간 파워게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등을 폭넓게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대북제재 법안이 사실상 중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효 후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국영기업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양국 간 갈등은 한층 더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처럼 전례 없이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은 단순히 대북 제재 차원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힘의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이 같은 양국 간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13일 로이터에 따르면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북한의 추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막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하지만 북한 제재에는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표명했다"며 "우리의 공동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이라는 정상적인 궤도로 돌려놓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움직임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한 위협"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왕 부장은 "미국은 반드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기회를 틈타 중국의 안보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지역의 평화·안정에 새로운 복잡한 요소를 가중시켜서도 안 된다"고 촉구했다.
푸잉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도 미국의 사드 배치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푸 주임은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과 사드 배치를 협상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화나게 한다"고 말했다. 푸 주임은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겠지만 미국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문제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수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나라의 정치·외교적 갈등 관계가 양국 간 무역보복 등 경제적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 등으로 최근 세계 경제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는 와중에 미국도 올 들어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섣불리 치고받는 경제보복에 나설 경우 서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 공식화를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직간접적 무역보복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 역시 외교적 갈등이 경제마찰로 확산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과 일본이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발표한 가운데 유럽도 독자제재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태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와 EU의 독자제재 강화로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가 시행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윤 장관은 이날 모게리니 고위대표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방안을 협의하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모게리니 고위대표는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한 EU의 협력은 물론 기존 EU의 대북제재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용순·김현진기자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