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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中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경기부양 '마중물' 될까


베이징 등 5대 도시 제외 모든 곳 시중銀 주택대출한도 최대80%↑

두번째 집 살 때도 70%로 높여

미분양 3·4선 도시서 크게 늘자 1년반 만에 세번째 부양책 카드

"집값 크게 올라 매입하기엔 부담" "도시인구 늘어 구매수요 꾸준"

경기부양 효과 놓고 전망 엇갈려


춘제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2일 중국 당국이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라는 설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생애 첫 주택구입자의 주택계약금 비율 한도를 집값의 25%에서 20%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에 따라 시중은행은 첫 주택구매자의 주택대출 한도를 기존 75%에서 최대 80%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는 주택구매시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싼야 등 5개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시행된다.

인민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두 번째 주택구매자의 대출한도를 60%에서 70%로 높였다. 첫 번째 주택의 은행 대출을 갚지 않아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유인책 또한 곁들였다. 지난달 중국 100대 도시의 신규주택 평균가격이 ㎡당 1만1,026위안(약 201만 원)인 점에 비춰보면 2억원의 100㎡ 주택을 구매할 경우 기존보다 대출을 1,000만원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5개월 만에 또다시 등장한 부동산부양책=인민은행이 이 같은 파격적인 부동산부양시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미분양주택 재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경기 둔화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국이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주택구매 유인책이 나온 셈이다. 지난 2014년 9월 두 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내야 하는 계약금 비율을 60%에서 40%로 낮춘 조치를 포함하면 1년6개월여 만에 세 차례나 부동산부양책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연거푸 토해내는 것은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분양주택 증가가 부동산시장 침체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미분양주택 면적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7억1,853만㎡를 기록해 관련 통계치 발표 이후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미분양 현상은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에서 더 심각한 상태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대도시의 부동산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3·4선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며 부동산시장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시장 띄워 경제 회복 물꼬=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띄우기 노력은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외국인에게 부동산 구매시장을 개방하는 파격적인 부양책까지 등장했다. 해외 기구나 중국 분사·사무소 또는 중국에서 일하거나 유학 중인 외국인 개인이 직접 주거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골격 중 하나로 미분양 해소 등 부동산시장 부양을 꼽았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을 반영하듯 충칭 등 지방도시는 부동산 소득세 과세율을 기존 20%에서 15% 낮추는 파격적인 안까지 내놓으며 부동산 구매 부추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 있을까=이 같은 부동산 대책이 과연 중국 당국의 의도만큼 경제 성장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중국 부동산 매체들은 현재 중국 대도시 주택 가격이 일반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택 구매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치솟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부실을 우려해 추가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시진입 인구가 크게 느는 추세인 만큼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주택구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정부의 부동산부양책이 경제 성장률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UBS는 이번 대책으로 올해 부동산 가격이 5%가량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 전반의 둔화 현상을 감안하면 큰 폭의 V자 반등은 힘들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재고물량이 많은 2선 도시의 부양책 수혜가 크겠지만 재고물량이 소진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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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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