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지식을 이용해 돈을 만들어내고 과학은 돈을 써 지식을 만듭니다. 과학과 기술 바탕에 깔린 철학은 각기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 인류의 존재와 미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김도연(64·사진) 포스텍 총장은 최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과학으로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인류의 과학발전사를 통해 예견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울산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포스텍 총장을 맡았다.
그는 청소년·학부모 등 청중들에게 과학기술의 공적을 인류역사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인구 수 증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기시대 추정 기대수명이 20세도 채 안 된 것에 비해 현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80.4세, 가까운 미래에는 140세로 예측되고 있고 1800년대 초 9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지난 2000년 60억명으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과학기술로 인류가 진정 행복해졌느냐는 회의론도 나오지만 만약 과학기술 발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일찍 생을 마쳐 이렇게 얘기를 나누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과학기술은 생명 같은 근본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국부를 키우는 데 반해 과학은 국격을 끌어올린다고 강조했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과학기술 논문 출판 수는 180만여편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2.8%에 그쳐 미국 20%, 중국 12%, 일본 6.6%에 비해 빈약하다. 김 총장은 "논문 양으로만 보면 한국은 정말 작은 나라"라며 "젊은 과학인재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이 이끈 파괴적 혁신으로 과거는 사라졌고 미래의 삶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는 "앞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며 "포스텍 학생들에게도 스스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직업과 부를 제공하라고 당부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기에 쉽게 허비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쪼개서 목표를 이루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양한 학문에 접근해봐야 한다"며 "열반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처럼 집중을 통해 기쁨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인 시모무라 오사무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젊은이들에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고 당부했던 말도 인용했다.
김 총장은 "행복한 삶을 위해 따뜻한 인간관계와 확실한 목표를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긍정의 마음과 경쟁을 두려워 하지 말고 즐기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미래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보다 나은 경쟁자를 기꺼이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미래에 농부의 삶을 꿈꾼다고 밝힌 그는 "실패 없는 삶은 없다"며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서울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