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황을 이기는 길, 융합이 답이다] 융합 첫 단추는 혁신기업 M&A… 각국 금리 내리는 올해가 적기

<1>컨버전스의 지름길

구글 등 융복합산업 주도권 노리는 글로벌기업들

실리콘밸리·中선전 찾아 유망스타트업 발굴 나서

한국은 삼성 빼면 M&A 투자 사례 사실상 '제로'

주력사업 틀 과감히 깨고 공격적 인수합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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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알렉스 호킨슨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에 열린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 삼성 스마트싱스를 핵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적한 어촌이었던 중국 광둥성 선전은 이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며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샤오미, DJI(세계 1위 드론 기업) 같은 혁신 기업들을 길러낸 선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스마트 융복합 아이디어들의 천국이다. 최근에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유럽·아시아의 유망 벤처들도 몰려들면서 알리바바·바이두·퀄컴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와 인수를 염두에 두고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2014년 헬스케어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베이징·선전,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흡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전자·자동차·화학·제약 등 칸막이가 쳐져 있던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스마트카·스마트홈 같은 스마트 융복합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황원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한계에 부딪힌 기존 주력사업을 돌파할 수 있는 핵심 고리"라며 "전통적 제조기업과 정보기술(IT) 강자들은 세계 곳곳의 벤처 메카를 뒤지며 앞다퉈 유망 기업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실적에서 단연 손꼽히는 기업은 구글이다. 인터넷 포털인 구글의 M&A 영역은 로봇,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다방면에 걸쳐 있다. 굵직한 사례만 따져봐도 네스트랩(스마트홈), 딥마인드(AI),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무인항공기) 등 정확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도 나인봇이 미국의 1인용 전동스쿠터 기업 세그웨이를 흡수한 뒤 지능형 전동로봇을 개발하는 사례처럼 스마트 융합 산업을 키우기 위해 업종과 국경을 넘나드는 M&A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융합을 위한 M&A에 투자하는 곳은 삼성그룹이 유일하다.

삼성은 2014년 스마트싱스를 약 2억달러에 인수해 자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는 루프페이를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삼성페이'를 출범시키며 모바일 결제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아예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세워 실리콘밸리에서 신생 기업을 직접 키우고 있으며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혁신기술을 보유한 벤처에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을 뺀 나머지 한국 기업들의 융복합 M&A는 '제로(0)'나 다름없다. 최근 조사기관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30대 그룹은 M&A에 총 37조7,897억원을 투입했지만 이 중 삼성(1조2,656억원)을 제외하면 미래형 융복합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없었다. 1위는 롯데그룹(7조6,377억원)으로 삼성종합화학(화학), 하이마트(유통) 같은 기존 주력 분야 내 M&A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5조4,935억원)은 각각 현대건설·현대라이프생명보험·동부특수강 등 3건이 전부였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기업들은 언어·문화가 다른 해외 기업 인수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며 "IBM PC사업부를 흡수하고 10년 후 PC 점유율 1위로 도약한 레노버에서 알 수 있듯 일단 부딪쳐보며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 기조를 잇따라 완화하면서 M&A에 필요한 자금조달은 더욱 쉬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에 글로벌 경기 둔화는 실적악화를 유발하지만 공격적 M&A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며 "기존 주력 산업의 틀을 부수고 스마트 융복합 분야에서 치고 나갈 계기를 마련해줄 혁신 기업 발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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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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