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北에 자산 묶인 개성공단기업 "나머지 다 팔아도 빚 못갚아"

■ 서울경제, 입주기업 31곳 분석

자산규모 큰 31개업체 중 6곳이 사실상 자본잠식

입주기업 전체 대상 땐 우려 기업 더 늘어날 듯

정부지원은 '급한불 끄기'… 보상 차원 추가대책 시급

개성공단기업협회 제1차 비대위원회의
비장, 정기섭(가운데)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제1차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개성공단에 생산 라인을 두고 바지·자켓 등을 제조하는 A업체는 지난 2014년 말 현재 총자산이 228억원, 총부채는 104억원이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비교적 양호한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공단 가동 중단 사태로 회사 총자산의 62%인 142억원이 북한 측의 자산동결 조치로 발이 묶이게 됐다. 이를 제외할 경우 회사의 자산이 86억원으로 줄어들게 돼 이를 모두 판다고 해도 빚(104억원)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일부가 북한 측의 자산동결 조치로 개성공단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 가운데 재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외부감사 대상(자산 120억원 이상) 기업 31개의 2014년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개성공단에 묶인 자산을 제외할 경우 6개 기업이 나머지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 이전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외감 법인 31개는 모두 회사 자산의 규모가 부채 규모보다 많았지만 개성공단 내 자산을 제외하면 6개 기업에 결손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업이 가진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져 순자산(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결손금이 발생해 자본금을 까먹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자본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B업체 역시 본사의 총자산은 99억원, 부채는 94억원 수준이지만 개성공단 내 자산이 59억원이나 된다. 개성공단 내 자산동결 이후 B업체의 자산이 40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면 54억원의 부채는 외부 수혈 없이는 갚을 방법이 없다.

이 밖에 C업체도 개성공단 내 자산을 제외하면 자산보다 부채가 5억원 더 많고 D업체는 15억원, E업체는 8,600만원, F업체는 3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했다. 당장 결손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순자산이 10억원 미만인 업체도 2곳이 더 있다.

문제는 이번 분석 대상 기업 안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그나마 자산 규모가 큰 업체들만 들어 있는데다 감사보고서상에서 개성공단 내 자산 규모가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개성공단 내 자산을 취득할 당시 원가로 계산하는 등 피해 규모를 가장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우려되는 기업은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자산동결로 기업들이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재고자산을 거의 가지고 오지 못한데다 개성공단 내 자산의 가치가 취득 당시보다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갑작스럽게 자본잠식 상태가 된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감법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소규모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경우 개성공단 내 자산 비중이 더 높아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본사가 가진 전체 자산에서 확인이 가능한 개성공단 내 자산 규모를 빼면 이 기업이 가진 순수 자산만 남게 되는데 이것이 회사가 가진 부채보다 작다면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라 부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며 "이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던 기업이 갑자기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일부 남북경협자금과 중기청의 긴급경영안전자금 등은 당장 기업이 운영될 수 있는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성격이라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기업의 악화된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상안을 마련해야 기업이 이번 사태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업체 대표는 "2009년에 들어간 우리 같은 업체들은 늦게 들어가 인력도 제대로 배정 받지 못해 당초 예상의 50~60%밖에 가동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2013년 가동 중단으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상황을 또 맞게 돼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있다"며 "정부가 당장 긴급경영안전자금을 통해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그다음 이번 피해로 발생하는 결손금 등은 보상 차원에서 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통일부와 중기청 등에서 지원해주는 자금은 원·부자재 구입, 인건비 등 당장 납품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들어가는 운전자금의 성격"이라며 "결손이 발생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보상적 차원에서 별건으로 이뤄질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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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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