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감세 승부 통했다… HSBC 붙잡은 英

"은행세 낮출 것" 구애… 본사 '홍콩行' 접고 런던에 남기로

'금융허브' 위상 지키기에 총력



세금을 대폭 낮춰서라도 은행을 잡겠다는 영국 정부의 구애가 런던을 떠나 홍콩으로 본사를 옮기려던 HSBC를 붙잡았다.

영국 최대 은행인 HSBC는 14일(현지시간) 개최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HSBC 최고경영자(CEO)인 스튜어트 걸리버는 이날 "영국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양쪽에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HSBC가 런던에 남기로 한 데는 본사 이전 검토 소식에 놀란 영국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7월 은행세율을 오는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고 영국법인의 이익에만 은행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HSBC가 영국을 떠날 경우 '금융허브'인 런던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와 미래 위험 대비 차원에서 지난 2011년 은행세를 신설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HSBC의 결정이 "영국을 중국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더 많이 사업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정부 목표를 지지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런던 잔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HSBC는 여전히 아시아를 성장거점으로 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걸리버 CEO는 앞서 향후 3~4년간 중국 주장 삼각주 지역에서 4,000명가량을 추가 고용한다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HSBC는 올해 3·4분기까지 세전이익의 62%를 아시아 지역에서 거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HSBC가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유럽에 거점을 둔 국제은행으로 남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본사 후보지였던 홍콩의 정치적 불안감이 잔류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은 8일 홍콩과 중국을 구분하려는 본토주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최근 홍콩H지수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중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HSBC의 본사이전 백지화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럽 자산운용사 인베스트텍의 이언 고든 애널리스트는 FT에 "이번 일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2021년까지 해외법인 연결실적에 대해 내야 하는 은행세를 피하기 위해 본사를 이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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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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