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앤] 내가 디자인한 나만의 가방, 클릭으로 뚝딱

진화하는 패션 DIY

온라인으로 소재·장식 등 선택… 집에서 받는 원스톱시스템 확산

1만5,000가지 가방 만들 수 있는 코오롱 쿠론의 '쎄스튜디오' 각광

신발 제작 '마이 아디다스'도 인기

휠라 키즈_비엘라 책가방_제품컷
휠라 키즈의 DIY 책가방 '비엘라'
지하2층_Leather Spa (3)
시몬느가 0914 플래그십 스토어에 마련한 DIY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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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론 쎄스튜디오에서 '뉴스테파니' 가방을 선택해 겉면에 다양한 패턴과 패치를 적용한 모습.
코오롱FnC의 한 직원이 업계 최초로 개발한 가방 온라인·모바일 주문제작 사이트인 '쎄스튜디오'를 이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을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오롱FnC


'DIY(Do It Yourself)'라는 말은 최근 창작형 취미를 즐기는 사람(DIY족)에게 자주 쓰이지만, 유래는 취미 따위와 거리가 멀다. DIY 용어의 본격 사용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알려져 있다. 전후 영국에서 물자부족, 인력부족의 상황 중에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DIY가 생겨났다고 한다.

창작형 취미의 DIY와 전쟁 후 DIY는 다른 개념이지만, 분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파격과 창조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이며, 새로운 산업 태동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품종 대량생산시대를 거부하고 '나만의 것'을 찾는 욕구가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낳았다. 항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이 DIY에 주목하고, 이를 계속해서 부채질하는 마케팅 마련에 혈안이 된 이유도 DIY의 잠재력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변화와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DIY와 밀접하다.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옷·가방·신발을 거부하고 스스로 패션을 창조하며 느끼는 재미는 '가치소비' '킨포크' 등의 시대정신과 맞물리며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됐다. 콧대 높던 글로벌 명품업체들조차 DIY 마케팅을 쏟아내는 것은 더 이상 '사치'와 '대형화' 전략만으론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 패션업계 역시 DIY 마케팅의 각축장이 됐다. 명품 핸드백 제작업체인 시몬느의 경우 일찌감치 DIY숍을 운영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와 가죽 소재에 맞춰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왔다. 스포츠 명가 재건을 꿈꾸는 휠라는 올 신학기 시즌을 겨냥해 아이들 취향대로 가방을 꾸밀 수 있는 '비엘라' 책가방을 선보였고, EXR도 다양한 패치를 활용해 자신만의 신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썸스니커즈'를 출시했다. 패션전문채널인 동아TV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샤넬, 루이비통 같은 하이패션 브랜드의 대표 의상을 분석해 시청자가 직접 의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패션 DIY 프로그램 '혜라 양장점'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DIY 상품은 소비자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마케팅 중 하나"라면서 "다만 전통적 DIY는 대부분 백화점, 마트, 로드숍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참여자가 한정적인데다 온라인·모바일 대세와도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온라인·모바일 DIY'다. 소비자가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모바일로 원하는 소재·색상·디자인의 패션아이템을 만들어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고객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임대료·인건비 등 오프라인 매장의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모바일 DIY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코오롱FnC의 잡화 브랜드 쿠론이다. 쿠론은 최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을 직접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사이트 '쎄스튜디오(C-Studio)'를 열었다. 온라인 방식으로 가방 디자인과 주문까지 한번에 가능한 것은 쎄스튜디오가 업계 최초로, 가방 종류·소재·색상·장식 등을 달리해 무려 1만5,000여가지의 가방을 디자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실제 쿠론 온라인·모바일 홈페이지(www.couronne.co.kr) 내 마련된 쎄스튜디오에 접속해보니 4가지 가방 종류(쿠론의 대표 상품 '뉴 스테파니', 토트백 '에이미', 미니백 겸 클러치 '재키 크로스', 지갑 '스테파니 월렛') 중 선택이 가능하고 곧바로 가방 꾸미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방의 전면·측면·후면·내부까지 줌인·아웃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화면 바탕에 눈금자가 마련돼 있어 가방의 가로·세로·높이, 손잡이 길이, 엠블럼 크기 등을 파악하기에 편리했다. '뉴 스테파니'의 경우 가방 몸체, 옆면, 손잡이에 각각 다른 색을 적용할 수 있고, '재키 크로스'는 덮개 내부의 포켓에도 다른 색과 패턴 입히기가 가능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 부분은 엠블럼 및 가방 끈 연결고리의 색상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단순히 엠블럼 색상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가방의 전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헬로' '럭키' '하트' 등 수십여종의 패치를 가방 곳곳에 붙이는 것이 가능해 위티한 감성과 개성을 드러내기에 편리했다.

특히 쿠론은 직접 꾸민 '나만의 가방'을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SNS에서 쉽게 공유하고 매매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DIY 확산을 촉발할 선구적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쿠론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 DIY가 성공하려면 자율적인 공유 문화의 발달이 필수적"이라며 "올 상반기 남성지갑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하고, 하반기에는 이니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온라인 DIY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모바일 DIY 마케팅은 신발 부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디다스의 경우 나만을 위한 신발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서비스, '마이 아디다스'를 지난해 론칭하고, 고객이 원하는 신발 종류와 갑피·안감·끈·인솔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제작에 4~6주 정도 소요되고 기존 제품보다 10~15% 가량 비싸지만 개인에게 특화된 운동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업계에선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패션 DIY 마케팅까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 연구원이 설립한 케이슈즈는 '3D 프린팅 기반 맞춤형 구두'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발 뿐만 아니라 신체 모든 부위의 사이즈를 측정하고 곧바로 패션 아이템을 착장해 구매까지 할 수 있는 단계가 올 것"이라며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것을 어떻게 쉽고 편리하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패션업계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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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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