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공인 살리자] "화려한 외양보다 기본기가 중요… 창업전 1人 기업서 경험 쌓으라"

성공한 소공인들이 말하는 창업 비결

모든 업무 직접 체험가능… 성공 위한 든든한 밑거름

내 기술 어떻게 쓰일 지 기회 찾는 능력도 필수

'3D업종' 편견 이겨낼 匠人의 자부심 가져야

조규남 양천가방협동조합 이사장
조규만 양천가방협동조합 이사장
유대수 미래정공 대표
유대수 미래정공 대표


선배 소공인들은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남다른 기술력과 제품 제조 등 기본기(basic)부터 갖추라고 조언한다.

김대구 공간정밀 대표는 "창업 전에 반드시 1인 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입버릇처럼 후배들에게 말한다.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소공인 밑에서 일한다면 돈을 벌며 경영수업을 동시에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소공인 혼자 운영하는 회사는 독자 기술과 제품 생산에 대한 숨은 노하우를 일일이 전수하지 않고서는 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가장 빠르게 사업 밑천이 될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며 "아울러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 업무를 대하게 되고 공구와 기계 구입, 영업, 계약 체결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 업무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성공적인 창업에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고 소개했다.

최근 들어 취업난으로 패션 등의 분야에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제품 제작 등 기본기에 대한 이해 없이 화려한 외양만 좇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소공인들은 지적한다.

조규남 양천가방협동조합 이사장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 것은 유행을 떠나 가장 기본기라 할 수 있는 가방을 손수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며 "가방 하나를 만들려 해도 300조각이 들어가는데 가방을 직접 만들어보지 않고는 발주를 받아도 문제점을 세세하게 발견하기 어렵고 고객 입장을 배려한 제품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만 해도 한때 국내를 대표하는 가방제조 지역이었지만 십수년 사이에 관련 인력 가운데 80%가 떠날 정도로 인력유출이 심해 5~10년 후에는 국내 전체적으로 가방 제조 인력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자체적으로 탄탄한 제조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가방 제작을 위해 품질 보장이 안 되는 베트남 등의 국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리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가로서 기회( opportunity )를 발견하는 능력도 갈수록 중요해진다. 제조 현장에서는 자동화 기계가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산업을 막론하고 공급과잉 역시 갈수록 심해져 사업적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이 새 세대의 소공인들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원봉 주얼리빈 대표는 "열여섯 살 때부터 귀금속 기술을 배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자가 워낙 많아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며 "결국 미뤄뒀던 학업을 다시 시작해 대학을 다니며 경영학을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드물게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대구 공강정밀 대표 역시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의 경우 산업적 중요성에 비해 관련 원천기술이 국내에 부족한 것을 깨닫고 6개월간 매출 없이 신용불량 직전까지 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며 "예전처럼 기술이 있으면 알아서 고객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 기술이 산업적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거시적 안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인 시대"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공인들은 단순한 창업 수준에 머물지 말고 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납기일까지 물량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야간과 주말 근무가 끝없이 이어지고 사회적 시선도 이른바 3D 업종으로 불릴 정도로 좋지 않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궁극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나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외부에서는 곧잘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장인에게는 오직 끝없이 기술력 난제에 도전하는 어려움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유대수 미래정공 대표는 "때로는 벌어들인 것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실패도 적지 않게 맛봤지만 40여년간 한길을 걸었던 것은 내 기술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된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라며 "요즘처럼 기술이 날로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과감한 도전을 하는 소공인들이 더욱 주목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후배들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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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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