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예고된 악재" 시장 충격 적었지만… 글로벌 리세션 공포는 확산

"中 수출입 지표 예상치 크게 밑돌아 "성장 둔화 신호탄"

"日 개인소비 -0.8%로 뒷걸음질… 아베노믹스 부양책 한계"

"세계경제 떠받치려면 돈풀기보다 재정정책 필요" 주장도"


우려됐던 폭락은 없었다. 15일 발표된 중국의 1월 무역 지표와 일본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춘제 연휴 이후 첫 증시 개장일인 이날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인 오름세로 마감됐다. 특히 지난주 11%가량 급락하며 패닉에 빠졌던 일본 증시는 과매도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장중 한때 8%까지 치솟으며 아시아 증시를 견인했다.

하지만 흐름의 급격한 반전에도 시장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데다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경제지표가 나란히 곤두박질치면서 글로벌 경제의 리세션(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중국과 일본 경제지표가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예고된 악재'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앞서 시장전문가들이 예측한 수치를 감안하면 중일 양국의 실물경제 위축은 예상보다 가파르다.

이날 해관총서가 발표한 중국의 1월 수출 실적은 최근 대외여건 악화와 경제둔화 흐름을 감안한 시장전문가들의 보수적인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것으로 경제 분석기관들은 이를 중국 성장둔화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입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국내 투자가 그만큼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2∼3%로 급격히 둔화하는 경착륙 가능성마저 입에 올리고 있다.

일본 경제의 성적표는 시장 예상보다 마이너스 폭이 컸던 것은 물론 향후 일본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일본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임금인상 부진과 이상고온 현상의 여파로 전 분기의 0.4% 증가에서 -0.8%로 하락 반전한데다 엔화가치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반영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대외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은 예상을 크게 밑돈 -0.9% 증가에 그쳤으며 지난 2~3년 동안 내수경기를 이끌었던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쳐 전 분기(8.3%)보다 크게 둔화됐다. 그나마 기업들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설비투자는 1.4% 증가했지만 최근 엔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기업 실적악화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올 1·4분기에도 투자 증대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세계적인 시장불안과 경기악화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를 견인할 요인을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중일 양국의 실물경기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리세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도한 시장불안이 진정되면서 지난주의 환율 및 증시 낙폭이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리스크는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올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시장의 혼란이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동치는 위안화도 세계 경제에 큰 부담요인이다. WSJ는 스코티아은행 분석가를 인용해 "중국 당국의 과도한 환율 조정은 결국 시장에 큰 공포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세계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이제는 (양적완화가 아닌) 재정정책에 의존할 때가 왔다"며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G7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의 재정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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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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