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황을 이기는 길, 융합이 답이다] 스마트카는 시작일뿐… 배·비행기까지 'IT 실은 교통수단' 속도낸다

<2>'스마트 비히클'의 세상


스마트카시장서 車-전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종 융합 활발해지면서 파생업종까지 급속 팽창

현대重, 조선에 IT 융합… '최적 운항 서비스' 착수

운송 정보 선주에 제공… 조선산업 위기 돌파구로


한국자동차공학회장인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1월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작심한 듯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컴퓨터 만들 듯이 하면 안 된다"며 "자동차의 핵심기술이 뭔지를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주 후 삼성 사장단은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를 초빙해 마래 자동차 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강연을 듣고 나온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은 "자동차 관련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며 "스마트카 사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카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와 전자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스마트카 분야는 가장 주목받는 융합 분야로 꼽힌다. 삼성과 현대차를 대표하는 수장들의 발언에는 서로 '스마트카'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하지만 두 업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서로 밀어내려 해도 결국에는 한 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업체들은 이를 직감하고 미리 손을 맞잡았다. LG전자는 폭스바겐과 함께 차량과 스마트홈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차 안에서 운전자가 집에 도착하기 전 집 안 온도조절, 조명, 세탁기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삼성도 BMW와 전기차 분야를 시작으로 협업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아울러 스마트카 지능보조장치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종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시장도 열렸다.

IRS글로벌에 따르면 스마트카의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자동차 센서 시장은 오는 2017년까지 286억달러(약 30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카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 전장 분야도 빠르게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1대에 적용되는 센서는 160여개에 이른다. 스마트카 시대가 본격화하면 자동차용 센서 시장은 연평균 7.0%씩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선우 교수는 "스마트카 시장에서 업종 간 융합이 일어나면 그 기업은 물론 파생업종까지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며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융합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관심은 '앞으로'에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카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스마트 트레인' '스마트 플레인' '스마트십'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 이른바 '스마트 비히클'이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예견된다. '스마트 열풍'이 모든 이동수단에 접목되는 셈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조선·IT 융합시장 규모는 2010년 208억달러에서 2020년 35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내 IT 융합장비 비중도 현재 선가 대비 6% 수준에서 2020년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업에 사상 최대 위기가 닥친 지금 더욱 중요한 시사점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커넥티드 스마트십' 개발에 착수했다. 선박과 항만, 육상 물류 등 화물 운송상의 제반 정보들을 선주사에게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과 IT의 융합으로 국내 조선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운항 최적화 서비스'는 운항 선박이 항만의 하역 현황, 선박의 대기 상황 등의 항만 물류 정보에 따라 선박의 속도와 항해 일정을 조정해 선박의 항만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선박 운항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철도와 항공에서도 전기를 통한 무선 충전은 물론 IT와의 결합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 보잉의 경우 '보잉 EDGE'라는 서비스를 가동해 비용절감은 물론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항공기 내 모든 전자장비와 사내 프로그램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최적의 항공 정보를 제공한다. 최신 항공기인 B-787기의 모든 부품과 센서가 IoT를 기반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내고 있다. 보잉과 같은 항공 업체는 물론 애플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드웨어의 혁신보다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쟁국의 치열한 견제와 성장, 멈춰버린 국내 기업들의 성장판 등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헤매고 있다"며 "스마트카 분야를 비롯해 이종산업 간의 융합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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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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