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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한국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방한 중인 장예쑤이 외교부부장이 사드 반대를 주장한 데 이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위협 강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6일 "만약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동북 지역에서 강대한 군사적 배치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반도는 미중 간 군사적 배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국가 독립성을 더 잃고 대국의 게임에서 바둑돌로 전락해 국가적 지위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에 한국의 독립성까지 언급한 환구시보는 "북핵 관련 한국 정부의 초조함과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중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거론하며 양국 간에는 사드 배치 문제뿐만 아니라 대북제재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문은 왕이 외교부장이 말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항우의 부하가 추는 칼춤의 속뜻은 유방에게 있다는 의미로 '흑심'을 뜻함)을 언급하며 "한국은 마땅히 중국의 이런 감정을 고도로 중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구시보는 또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이 동유럽 국가에 설치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유사하다고도 주장했다. 신문은 "한국은 유럽의 MD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동유럽 국가 간 위기를 얼마나 고조시켰는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환구시보는 기존 중국의 태도를 재확인했다. 신문은 "한국이 중국에 한미 수준의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것은 중국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의 국가 이익이 있는 만큼 중북 변경지역을 제2의 삼팔선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이날 논조는 사드 배치를 대북제재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이 한국에 악담을 퍼부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를 놓고 고민에 들어간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