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500유로권 화폐, 사라지나

"범죄 악용·통화정책 무력화"

500유로권 폐지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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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에서 최고액 화폐인 500유로권(약 67만9,000원)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500유로권이 거래 활성화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범죄에 악용되고 통화정책을 무력화하는 요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500유로권이 범죄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ECB 내부적으로는 비공식적으로 500유로권 폐지 방침을 이미 정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500유로권 발행 비중은 유로화 지폐 중 3.2%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30%에 달한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정작 500유로권을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500유로권이 거래수단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져 범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드라기 총재가 500유로권의 문제점을 거론한 것은 ECB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예금에 대해 일종의 보관료를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 예금자들은 은행 예금보다 현금보유를 선호하고 이 현금은 소비로 바뀌어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게 ECB가 애초에 그린 그림이다. 하지만 500유로권 같은 고액권이 존재하면 이 순환구도는 온전히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예컨대 300만유로를 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500유로권으로 바꿔 은행 금고에 1년간 보관하면 60유로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같은 금액을 50유로권으로 보관하면 비용이 380유로로 늘어난다. 500유로권이 은행 금고 사용료를 줄여 현금의 소비전환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FT는 "500유로권은 거래 목적보다 가치저장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부양이라는 ECB의 목적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500유로권이 테러에 사용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근 "500유로권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범죄집단의) 움직임을 감추는 데 더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500유로권은 오사마 빈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될 당시 그의 옷에 비상금으로 들어 있던 데 빗대 '오사마 빈라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딘가에 있기는 한데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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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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