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신춘호 뚝심으로 일군 신라면 신화… 누적 매출 10조 훌쩍

출시 30년 만에 280억개 판매

한결같은 매운맛·품질 앞세워 26년째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이젠 해외매출비중 50%로 늘려 코카콜라같은 글로벌 브랜드 목표

신춘호회장


지난 9월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열린 '농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신춘호(사진) 회장은 담담하게 식품보국의 의지를 다짐했다. 반세기 농심 역사의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의 주문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이 출시 30년 만에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식품 사업에만 전념한 신 회장과 농심 임직원 전체의 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매출이 6,850억원을 기록하며 누적매출 10조6,000억원을 달성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국내 식품 업계에서 단일 제품이 낸 최초의 성과다. 2014년 국내 상위 5개 식품 업체 연매출의 합인 11조6,000억원과도 비슷한 수치다. 신라면은 국내 매출만 4,500억원에 달해 2조원 규모인 국내 라면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한다. 한국인이 1년에 먹는 평균 76개의 라면 중 17개가 신라면인 셈이다.

신라면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약 280억개에 달한다. 한 봉지당 50m인 면발을 모두 이으면 둘레가 약 4만㎞인 지구를 3만5,000번 휘감을 수 있고 지구에서 태양까지 5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길이(14억㎞)다. 또 한 봉지당 두께가 3㎝인 신라면을 쌓으면 해발 8,848m인 에베레스트를 9만5,000번 오를 수 있는 높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중국·일본·호주 등 4개국에 생산·판매법인과 영업지점을 구축했고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같은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의 맛을 그대로 심는다'는 해외 시장 진출 원칙에 따라 일본·중국부터 지구 최남단인 칠레의 푼타아레나스까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며 "출시 이후 맛과 품질을 한결같이 유지한 전략도 신라면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신 회장의 뚝심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라면 시장 1·2위 싸움이 치열했던 1980년대 중반 신 회장은 소고기라면·너구리·안성탕면 등 기존 인기 제품 외에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벌릴 신제품 개발을 주문했다. 1986년 라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신라면 시제품을 맛보던 신 회장은 "매운 맛이 너무 강해 상품화가 어려울 것 같다"는 개발팀의 우려에도 "신라면의 독특한 매운맛이야말로 천편일률적인 라면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제품 출시를 밀어붙였다.

신 회장이 제품명과 포장 디자인까지 일일이 챙긴 신라면은 출시 3개월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년 뒤인 1991년부터 26년째 국내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뚜기·삼양·팔도·풀무원 등 수많은 라면 업체들이 '신라면 타도'를 외치며 전략 제품을 쏟아냈지만 '국민라면'으로 자리잡은 신라면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라면 특유의 수프와 면발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신라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농심은 신라면 누적매출 10조원 달성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해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라면 시장의 허브인 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재 35% 수준인 신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신라면을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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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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