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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넥센타이어의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 시즌이 개막됐다. 증권가는 올해 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로 전자투표제 도입에 따른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확대, 주주친화정책, 고액주의 액면분할 등을 꼽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슈퍼 주총 데이'는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포스코 등 주요기업들의 주총이 몰린 3월1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상당수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하고 지난해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주주친화 정책 등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총 시즌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전자투표제를 통한 소액주주들의 참여 확대 여부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 등 개인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주주가 주주총회장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이 공공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전자투표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투표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1.62%, 주주 수 기준 0.24%에 그쳤다. 2010~2014년 79개사에 불과하던 전자투표 계약사가 지난해 416개사로 크게 늘었지만 실제 전자투표를 이용한 회사는 377개사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대다수는 섀도보팅제(shadow voting·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 폐지 유예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에 한해 섀도보팅을 3년간 더 연장해주기로 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섀도보팅제가 내년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자투표제의 참여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주친화정책도 주요 이슈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성장성이 떨어져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는 만큼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현재의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정관 제39조(이익배당 및 분기배당)를 사업연도 중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준일로 하는 내용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3·6·9월에 연간 배당까지 합칠 경우 매 분기마다 배당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이 GS홈쇼핑에 배당을 순이익의 80% 수준으로 늘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배당확대가 최근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주총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공시된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액(중간배당 제외)은 630원12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8원53전보다 약 3.55% 늘었다.
고가주나 저유동성주의 액면분할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5월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실시해 문턱을 낮추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참여가 대폭 늘어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크라운제과 등 일부 고가주들이 액면분할 대열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까지 이번 정기 주총의 안건으로 액면분할을 공시한 상장사는 성보화학과 엠에스씨, 케이티롤, 동양물산기업, 극동유화 등 5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곳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