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꽃보다 편의점'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처음 생긴 것은 '88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그해 5월 당시 미국계였던 세븐일레븐이 서울 송파구에 올림픽선수촌점을 열면서 편의점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이후 편의점은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어 이제는 '삶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편의점 수는 벌써 3만개가 넘는다.

요즘 편의점을 둘러보면 만물상이라 부르기에 손색없을 정도다. 파는 제품은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못지않게 다양한데다 팩시밀리·현금지급기는 기본 사양이다. 여기에 휴대폰 개통에다 택배신청·보관까지, 한마디로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서비스는 독신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혼자 도시락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카페 형태의 매장을 따로 만드는 곳은 물론 여성 전용 물품보관함도 등장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편의점 인기품목인 도시락은 3,000~4,000원대로 저렴한데다 맛도 나쁘지 않다. 특정 도시락 브랜드는 가성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공급이 달린다고 한다. 편의점표 간편식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싱글족이 많아지는 까닭을 알 듯하다. 이러니 매출 증가는 당연한 귀결이지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이 2년 연속 줄고 슈퍼·마트는 정체 내지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편의점은 초고속 성장세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16조5,207억원으로 전년보다 30%, 4조원가량 급증했다. '나 홀로 호황'이라고 할 만하다. 편의점의 고속질주 비결을 콕 짚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불황 탓에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것도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태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지난해 현재 506만여가구에 달한다. 10년 사이에 약 200만가구나 늘었다.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5%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니 편의점이 더 높이 날아오르게 생겼다. 편의점이 어떻게 변신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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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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