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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상선에 대해 용선료 인하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8,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현대상선의 지원 방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은 용선료 계약에서 실기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와 8,000억원에 달하는 공모채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상선은 현재도 4조8,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올해부터 매년 1조원의 상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현대상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목숨 건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과 비협약채권 채무조정이 먼저 제대로 이뤄지면 금융권 채무에 대한 금리 인하와 출자전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산은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산은이 현대상선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내비친 만큼 현대상선의 회사채 만기 연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과 산은은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200억원의 만기를 7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상선은 이를 위해 이달 말께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해 회사채연장에 대한 동의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 역시 회사채 만기가 연장되면 상반기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해 매각대금으로 회사채 상환 여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올해부터 본궤도에 오르는 기업 구조조정 원칙도 천명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본 원칙은 정상화 가능성, 그중에서도 회사의 자구노력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경제가 동맥경화 되지 않도록 구조조정 부문에서 산은이 속도감을 내야 한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의 역할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 밖에 이 회장은 4월부터 그동안 주춤했던 산은 비금융 자회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회장은 "이달 중 비금 융자회사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으로 진행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출자회사관리위원회는 출자전환기업 16개와 중소벤처기업 100개를 순차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산업은행 부행장 3명과 외부인사 6명(사외이사 1명 포함)이 참여한다. 매각 대상 기업은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31.5%) 국제종합기계(28.6%) 한국항공우주(KAI·26.4%) 원일티엔아이(19.2%) 한국GM(17%) 등 다섯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