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노벨평화상 수상자 바웬사가 비밀경찰 정보원?

노동자 출신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폴란드의 첫 민선 대통령 레흐 바웬사(72)가 폴란드 비밀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자유 노조 ‘연대’의 지도자였던 바웬사가 공산주의 정권에서 ‘볼레크’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다.


하지만 당국은 지난해 숨진 공산당 정권시절의 전 내무장관 체슬라프 키슈차크의 부인이 보관하던 미공개 비밀문서에서 ‘볼레크’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과 공산당 집권 시기 범죄를 조사하는 국가기억연구소(IPN)는 16일 밤 이 문서를 확보했으며, 문서 일부가 ‘볼레크’와 관련이 있다고 확인했다.

IPN의 안토니 두데크 교수는 이 중 한 문서에서 볼레크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긴 4년 동안 활동했으며, 레흐 바웬사가 공식적으로 정보원 등록이 취소된 것은 1976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1974년 당시 볼레크와 비밀경찰이 나눈 대화록도 발견됐다고 IPN은 밝혔다.

1970년대 초반은 조선소 노동자 출신인 바웬사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주 노조 결성 운동을 벌이다가 당국의 탄압으로 실업자 생활을 하던 시기다.


그는 1980년대 대정부 투쟁을 통해 자유 노조 설립 합법화를 이끌었고, 이런 공로로 198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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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바웬사 전 대통령은 “거짓말과 중상, 위조된 물건으로 진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공산주의로부터 폴란드를 완전한 승리로 무사히 이끈 사람이 바로 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보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 소속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부총리는 “레흐 바웬사가 과거 정보원이었다는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PiS 대표와 바웬사 전 대통령은 서로 오랫동안 반목하고 불화한 사이로, 이같은 반목 관계가 바웬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또 폴란드 비밀경찰은 특정인의 명망을 훼손하려는 의도에서 정보원임을 암시하도록 서류를 위조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바웬사가 볼레크라 할지라도 그것 자체가 유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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