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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의 무역액까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약세와 중국 등 신흥국 경기 악화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교역 여건이 나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 수출국들이 역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18일 발표한 1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어든 5조3,516억엔(약 57조6,000억원)에 그쳤다. 일본 수출액은 글로벌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 정도 낙폭을 보인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월 이래 6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수출쇼크'는 무엇보다도 중국발 신흥국 경기둔화로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8%나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 저유가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탓에 수입액도 전년 동월 대비 18% 줄어들어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일본의 교역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교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1월 수출입액은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와 18.8%씩 줄었다. 한국의 수출액도 18.5%나 급감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20.9%를 기록한 이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전 세계 교역에서 2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대국인 한중일 3국의 교역이 동시에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의 교역액도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보이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이 눈에 띄게 활기를 잃은 실정이다. 최근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사의 닐스 안데르센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교역 여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보다도 안 좋은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처럼 글로벌 교역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약화를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약하나마 유럽과 미국 경기를 이끄는 것도 수출보다는 내수가 주축이 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부진으로 국내 일자리가 위협을 받으면서 많은 국가들이 무역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점도 글로벌 교역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를 이끌어온 아시아를 중심으로 경기와 교역이 곤두박질치자 일각에서는 쪼그라드는 글로벌 교역이 가뜩이나 동력을 잃어가는 세계 경기를 한층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50~2008년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의 세 배가량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글로벌 교역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와 비슷한 성장 속도를 유지해왔으나 올해는 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교역 성장률로 3.9%를 예상하고 있지만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세계적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난해 세계 6위 수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날 WT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5,269억달러로 주요 71개국 중 6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7.99% 줄었지만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의 3.35%에서 3.6%로 상승했으며 세계 수출 순위도 2010년 이래 5년 만에 한 단계 올라서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수출대국은 2조2,749억달러어치를 수출한 중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