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습니다."
18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강의실. 회의 시작 5분 전께 들어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조순 명예교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곁에 있던 경제학 교수들이 "영원한 조교, 정 전 총리가 왔습니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환하게 웃었다. 이내 강단으로 올라간 조 명예교수는 주변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걸음은 불편했지만 원고를 펴보지도 않고 1시간에 걸쳐 고언을 쏟아내는 모습은 내년이면 구순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조 명예교수가 강의를 하는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 전 총리의 표정은 마치 수업을 듣는 학부생을 연상케 했다.
조 교수와 정 전 총리는 부자(父子) 같은 사제(師弟)지간이다. 둘의 인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교수는 UC버클리에서 막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로 돌아온 젊은 교수, 정 전 총리는 학부 2학년이었다. 2시간에 달하는 강의 이후 잠시 뒤 강의로 돌아오면 항상 칠판이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 교수는 칠판을 지우고 있는 키 작은 학생을 발견했다. 정 전 총리였다. 조 명예교수는 지금도 그 순간을 "정운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으로 꼽는다. 당시 정 전 총리에 대한 각인이 남달라서였을까.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졸업 이후 한국은행에 들어가도록 추천서를 써준 이도, 유학을 권유한 이도, 서울대 교수로 불러들인 이도 모두 조 명예교수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강연 후 자리를 뜨는 조 명예교수를 건물 밖까지 배웅했다. 복도 끝에서 계단이 나오자 직접 부축을 한 정 전 총리가 "건물을 잘 못 지었습니다"고 하자 조 명예교수는 내 건강에는 문제없다는 듯 "허허" 웃었다. 50년의 인연 동안 서로에 대한 둘의 애정은 더욱 커진 듯 보였다.
18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강의실. 회의 시작 5분 전께 들어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조순 명예교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곁에 있던 경제학 교수들이 "영원한 조교, 정 전 총리가 왔습니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환하게 웃었다. 이내 강단으로 올라간 조 명예교수는 주변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걸음은 불편했지만 원고를 펴보지도 않고 1시간에 걸쳐 고언을 쏟아내는 모습은 내년이면 구순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조 명예교수가 강의를 하는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 전 총리의 표정은 마치 수업을 듣는 학부생을 연상케 했다.
조 교수와 정 전 총리는 부자(父子) 같은 사제(師弟)지간이다. 둘의 인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교수는 UC버클리에서 막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로 돌아온 젊은 교수, 정 전 총리는 학부 2학년이었다. 2시간에 달하는 강의 이후 잠시 뒤 강의로 돌아오면 항상 칠판이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 교수는 칠판을 지우고 있는 키 작은 학생을 발견했다. 정 전 총리였다. 조 명예교수는 지금도 그 순간을 "정운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으로 꼽는다. 당시 정 전 총리에 대한 각인이 남달라서였을까.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졸업 이후 한국은행에 들어가도록 추천서를 써준 이도, 유학을 권유한 이도, 서울대 교수로 불러들인 이도 모두 조 명예교수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강연 후 자리를 뜨는 조 명예교수를 건물 밖까지 배웅했다. 복도 끝에서 계단이 나오자 직접 부축을 한 정 전 총리가 "건물을 잘 못 지었습니다"고 하자 조 명예교수는 내 건강에는 문제없다는 듯 "허허" 웃었다. 50년의 인연 동안 서로에 대한 둘의 애정은 더욱 커진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