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최경환 효과' 끝났나… 전국 아파트 매매가 86주 만에 하락세로

지난해 2배이상 상승 활기

올 부총리 퇴임, 보합 뒤 첫 하락

강남 0.07% 서초·송파 0.03%↓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부동산 살리기' 약발이 시들해지고 있다. 최 전 경제부총리가 내정된 지난 2014년 6월 이후 오름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6주 만에 첫 하락세로 반전된 것이다.

최 전 부총리 취임 이후 추진돼온 '초이노믹스(Choinomics)'의 영향을 받아 아파트 값은 2014년에 3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고 2015년에는 전년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올 들어 7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더니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은 2월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매매가격은 올 들어 가격 변동을 거의 보이지 않다가 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4년 6월23일(-0.01%) 이후 86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 값도 0.01% 하락하는 등 첫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 시세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서울 강남권의 경우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0.07% 떨어졌으며 전주 보합세를 보였던 서초·송파구도 0.03% 하락 전환됐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전용 76㎡는 지난해 말 12억3,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11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4,000만원 하락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 4단지 전용 99㎡ 역시 이 기간 동안 가격이 3,000만원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전용면적 72㎡는 지난해 말 12억원 중반쯤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2억2,000만원선인데도 거래가 무산된 적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초이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6월 부총리 내정 이후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라며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에 걸려 죽지 않겠나"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부동산 규제는 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바꿀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7·24 부동산 대책'으로 발현됐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완화시켜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입하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이어서 '9·1 부동산 대책'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청약 1순위 요건을 완화시켰다. 같은 해 말에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기간 연장, 재건축 조합원 보유 주택 수만큼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부동산 3법'까지 통과시켰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이 문제로 떠오르고 미국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부동산시장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동산 훈풍에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 역대 최대 인허가(76만5,000가구)가 이뤄지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봄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은 어느 정도 시장이 움직이겠지만 지방에서는 늘어나는 공급 물량과 미분양에 5월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시장이 생각보다 장기간 위축될 수 있다"며 "올해 시장 조정세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이재유기자 nahe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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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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