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실 따로 법 따로… 스타트업만 속 탄다

인터넷 음악감상 '딩가 라디오' 음원 저작권 침해로 사업 제동

전송방식 이견에 피해 눈덩이

서버 데이터 삭제로 입은 손실… 명확한 규정없어 보상 못 받아

"법이 산업 변화 못따라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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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피해를 입어도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범이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새로운 아노미 현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음악 관련 스타트업 미디어스코프의 인터넷 음악감상 서비스 '딩가 라디오' 앱이 구글 플레이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음악저작물 저작권 침해가 이유였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구글에 해당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 저작권 협회는 저작권료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딩가 라디오 시험 서비스가 시작돼 지난달 22일 금기훈 미디어스코프 대표에게 음악저작물 사용 중지와 법적 조치 예고 통보를 한 상태였다. 협회 관계자는 "저작권료 계약이 바로 성사되지 못한 건 저작권법 조항을 놓고 미디어스코프와 협회 간 의견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저작권법 규정에 따르면 저작권료는 △전송 △디지털음성송신 △방송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지불하게 돼 있다. 미디어스코프는 자사의 서비스 방식이 디지털음성송신이라고 주장했지만 협회에서는 전송적 영역이 포함돼 있으므로 완전히 디지털음성송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음성송신으로 분류되려면 음악이 동시에 모든 사용자에게 수신돼야 하고 사용자가 음악을 선택해서 들어선 안 된다. 협회 관계자는 "딩가 라디오 앱은 인터넷 라디오의 형식을 지니지만 사용자가 노래의 분위기를 정할 수 있고 방송 채널을 직접 만들 경우 듣고 싶은 노래를 선택할 수 있어서 전송적 영역과 디지털 음성송신의 영역이 혼재한다"며 "현재로선 혼재하는 영역에 대한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규정이 스마트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디지털음성송신으로 분류될 경우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는 매출의 2.5%다. 하지만 전송으로 분류될 경우 매출의 10%를 저작권료로 내야 하며 음악실연자협회와 음반산업협회에 보상금 명목으로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전송방식 여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디어스코프 관계자는 협회와 협의해 분류를 다시 규정짓고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대표 이모씨(32)는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이 안 되는 것을 발견했다. 확인해보니 해당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사업자인 '식스샵'이 자체적으로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던 중 저장돼 있던 데이터가 삭제됐기 때문이었다. 식스샵이 데이터를 따로 저장해 둔 건 지난 12월 27일이 마지막이었다. 12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의 기간에 등록된 회원가입 내역과 제품 구매기록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해당 기간의 자료를 따로 저장해 놓지 않은 식스샵은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내걸었다. 이씨는 식스샵의 보상 계획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쇼핑몰 플랫폼 이용을 계약할 때 썼던 계약서 제23조 손해배상 규정에 따라 접속이 차단됐던 약 3시간에 해당하는 피해액에 추가적으로 180일분에 해당하는 이용료 18만원만을 보상해줄 수 있다고 한 것. 이씨는 "총 직원 수 7명에 소규모 스타트업인 식스샵의 상황을 알지만 같은 스타트업인 고객들의 피해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의 피해액만 600만원이 넘고 식스샵 고객 업체 수가 최소 30개 이상이면 어떻게든 보상해주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상황인데도 플랫폼 내 데이터 분실 시 별다른 피해 보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초기 창업 지원책만 많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이나 사후관리방안이 없어서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스타트업의 신뢰도가 하락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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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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