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린다 김 사건

미화로 최소 억(億)달러쯤을 기본 단위로 하는 무기 판매와 구입 과정에서 양측의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 무기 로비스트다. 천문학적 거래 규모인 만큼 이들도 가히 상상하기 힘든 수수료를 챙긴다. 여기다 장막 뒤에서 이뤄지는 검은 뒷거래와 첩보영화에서나 볼법한 상황 전개 등으로 이래저래 많은 뒷얘기를 만들어내 일견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직업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가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 사건이다. 무기 로비스트이며 상당한 미모를 지녔던 그는 1996년 우리 군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사업인 '백두 사업'에서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백두 사업에 응찰한 미국 E시스템이 가장 비싸게 응찰하고도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이 업체에 고용된 린다 김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최종 사업자 선정 3개월 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양호를 직접 만나는 등 사업과 관계된 고위층 인사들과 공(公)과 사(私)를 구분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린다'로 시작하는 이 장관의 개인 편지가 공개돼 시중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 결과 불법 로비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고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예비역 공군 장성과 현역 영관급 장교 등 6명만이 2급 군사기밀을 외부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린다 김도 공군 중령 등에게 군사기밀을 빼내고 돈을 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됐다. 분명한 결말은 나지 않아 지금까지 여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린다 김이 또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인천의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 자금으로 빌린 5,000만원을 갚지 않고 오히려 채권자를 폭행했다며 사기와 폭행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고소인에 따르면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 그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 후 전후 사정이 밝혀지겠지만 20여년 만에 '갑질 논란 사건'의 중심에 선 그를 다시 보는 뒷맛이 씁쓸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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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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