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우리 몸의 90%가 미생물이라고?

■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시공사 펴냄)

항생제 남용·분유 수유 등으로 현대인 몸속 미생물 불균형 심화

아토피·과민성 장 증후군 등 과거엔 없던 유행병 늘어나

대변 미생물 이식 치료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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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겨우 10퍼센트 인간일 뿐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해저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산호초처럼, 우리의 장(腸)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7~8p)' '그리고 우리 몸에 탑승한 미생물 승객들은 우리가 예상하는 이상으로 우리 인류의 진화와 안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46p)' 저자가 초반부에 쓴 이 두 문장이 바로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인간 유전정보를 모두 담고 있다는 DNA까지 다 뜯어본 후에도 파악되지 않던 여러 궁금증이 나머지 90퍼센트, 즉 미생물에 눈을 돌림으로써 비로소 해소된다고 말한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우선 현대에 만연한 유행병의 미스터리를 푸는 데 집중한다. 아토피나 꽃가루·땅콩 알레르기는 과거 드물게 발견됐지만, 지금은 너무 흔해 누구나 알 정도가 됐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나 과체중을 넘어 거동조차 힘든 비만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식습관과 환경 탓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유전적인 문제도 아니다. 다른 원인, 즉 우리 몸속 미생물들이 파괴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힘을 얻는 이유다.

예를 들어 벨기에 한 학자는 비만의 원인으로 마른 사람 몸에서는 약 4%의 비중으로 발견되지만 뚱뚱한 사람에게는 거의 없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팔라'라는 미생물 종에 주목했다. 이 미생물 수가 부족하면 장 내벽 점액질이 얇아진다. 장내 박테리아가 혈관 속으로 침투할 기회가 커진다는 의미고, 그렇게 혈관 속에 들어온 특정 박테리아가 지방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기존보다 용량을 초과·저장하는 비만 세포를 탄생시킨다는 게 그의 가설이다. 미생물 파괴로 인한 불균형은 자폐증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한 소년의 엄마는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아이에 항생제를 다량 먹였는데 갑자기 아이가 자폐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항생제가 아이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신경독소 물질을 생산하는 다른 박테리아에 내준 것 아닌가 의심했고, 독성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아이에 더 독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극한 방법을 썼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증상은 더 악화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 몸속 미생물을 파괴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은 항생제 남용이다. 항생제는 감염균을 제거하긴 하지만 그 결과 우리 몸속 미생물 집단의 균형을 깨고 면역계의 행동을 과잉 공격적으로 바꾼다. 두 살 이전 항생제를 처방받은 아이들이 여덟 살 이전 천식이 발병할 확률이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 높고, 아토피·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릴 확률도 높다는 것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항균 제품에 대한 맹신과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 등도 미생물 집단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다행히 저자는 치료법도 제시한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이다. 실제 적용되고 있는 이 방법은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여러 환자를 구해내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부터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결과와 해법까지 탄탄한 논리로 이어가는 흥미로운 과학서적이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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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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