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날 괴롭힌 스토커, 알고보니 옆자리 동료?

■ 친밀한 범죄자

웬디L.패트릭 지음, RHK 펴냄

친밀한범죄자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 검은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낯선 이가 나를 따라온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골목 끝에서 직장 동료가 나타나 나를 부른다. 가슴 쓸어내리며 '알고 있는 그 자'를 반기겠는가. 이런 생각을 안 해봤는가. '이 동료는 어떻게 나의 귀가 시간을 알았으며, 왜 내 집 앞을 서성였을까.' 의심이 밀려오는 순간 당신은 '진짜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

책은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전제하에 내 주변의 위험인물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청 검사인 저자는 160건의 사건을 다룬 경험을 토대로 자아 도취, 마키아벨리즘(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행위), 사이코패시(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등 세 개 부류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위험인물로 규정한다. 멀게만 느껴지는, 뉴스 속 사람의 이야기로만 보인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더욱 위험하다. 이들은 카리스마나 리더십, 신뢰성, 다정함, 칭찬, 익숙함 등 타인을 끌어당기는 매력 중 하나 이상을 갖고 있으며, 이 매력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그의 생활에 교묘하게 스며든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웃집 청년, 직장 동료를 '잠재 위험인물'로 의심하며 무조건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책은 위험인물을 미리 감별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른바 '플래그(FLAG)' 감별법이다. FLAG는 범행 동기와 직결되는 관심사(focus), 상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과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생활방식(life style), 그가 속해있는 조직과 그 속에서의 역할을 보여주는 주변인(association), 삶의 우선순위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을 드러내는 목표(goal)를 줄여 만든 말로, 위험인물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다.

이런 요소들이 일관성을 갖고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우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행동이 본모습은 아닌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게 이 감별법의 핵심이다. 심리학적인 근거와 풍부한 사례, 저자의 오랜 수사 경험이 담겨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1만 5,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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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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