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해외변수 진정되니 북한 리스크 부각 "환율 2월 중 1260원대 갈 수도"

원·달러 환율 1,230원대 돌파

금리인하 기대 등 원低 부추겨… 기재부·한은 공동 구두개입

순식간에 11원 하락했지만 다시 슬금슬금 올라 1,234원

"美 금리인상 예상땐 더 오를것"



외환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주까지 이어지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유독 변동폭이 크다. 시장에서는 대북 리스크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9일 오전11시40분. 서울외환시장은 오랜만에 등장한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평소보다 가파르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1,240원 문턱에서 11원80전 급전직하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오랜만에 공식적인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마켓에 경계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상당한 (달러화) 매도세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10원 이상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고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구두개입뿐 아니라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공동 구두개입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당시는 기재부 과장급과 한은 팀장급이 공동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에는 외환당국이 '과장급'이 아닌 '국장급' 구두개입을 단행했지만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227원80전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다시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며 1,230원대를 회복했고 결국 1,234원40전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폭을 키운 게 국내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행동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주 들어 대외여건과 상관없이 외국인의 역외 달러 매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펀드 등이 원화의 매수 포지션을 처리하고 원화 자산을 들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환 헤지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이달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갈 수 있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을 1,250원으로 예상했는데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 선진 주요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다시 위험 선호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세계 경제가 나락에서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구나 하는 불안심리 때문에 신흥국 환율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환율) 상승 재료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이달 말 1,265원,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 살아나면 올해 최고 1,325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시장을 규제하는 것보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처럼 거래세 등으로 자본 유출입 자체를 직접 타깃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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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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