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금융시장 출렁일땐… 逆발상이 답?

低PBR·경기민감株 '철강·건설' 집중… 이란 특수株도 살펴야

■ 하방 경직 코스피… '逆발상 투자' 전략은


低PBR, 추가 하락은 없을 듯… 높은 베타값, 상승 탄력 높아

올 들어 철광석 시세 반등에 포스코·현대제철 등 기지개

中 철강생산 감축도 호재로

중동發 건설 발주 급증 전망… 태양광 구조적 성장 가능성

이란특수, 콘텐츠 등 주목을


연초부터 중국 성장둔화, 유가하락,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 금리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도 다른 주요 시장에 비해서는 나은 수준이지만, 올들어 2.68%(18일 기준) 하락했다.

시중자금은 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올 들어 내림세를 지속해 현재 1.7%대로 떨어졌다. 한 때 안전자산의 역할을 의심받았던 금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온스당 1,20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금융시장 불안 속에 '역발상 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에 대한 저가매수가 이어지고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의 수가 최대에 이르렀을 때는 과매도로 인해 주가가 균형가격에 비해 낮게 형성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상황을 재인식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주가는 반등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역발상 투자가 생각지 않은 큰 이익을 안겨 줄 수 있는 반면 투자자들이 의도한 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으면 손실 폭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확실한 투자원칙따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2013년 '버냉키 쇼크', 지난해 중국증시 폭락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에 쇼크를 줄 만한 악재들이 이어졌음에도 코스피 지수는 하방 경직성을 보여줬다. 물론 다른 시장에 비해 상승폭 역시 제한돼 '박스피'로 불리기도 했지만, 기업들의 펀드멘털에 기초한 국내 증시의 지지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역발상 투자'는 이러한 바닥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공포 확산으로 가격이 펀드멘털에 비해 떨어진 종목을 용기 있게 살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은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10%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금리, 유럽 은행주의 급락 등으로 인해 지난해 가장 부진했던 8월의 저점보다도 하락한 것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의 근원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된 마찰 국면이라는 점에서 더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게 일각의 판단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2년 이후 각종 위기 상황에서도 코스피지수의 지점은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10%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수년 동안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그 수준에서 하방경직성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높은 베타값(경기민감도)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확대된다 해도 저PBR 업종의 주가는 이미 극단적 상황까지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반대로 각종 위험요소가 더 이상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베타값이 높은 업종의 주가 상승 탄력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역발상 투자를 고려해 볼만한 업종은 철강·건설 등이다. 대표적 경기 민감주로 꼽히는 이들 업종은 모두 PBR이 1 이하로 저평가를 기록하는 반면 베타값은 1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OSCO·현대제철 등 철강 업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최대 수요 국가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 감소에 몸살을 앓았으나 올 들어 철광석 시세가 반등하면서 주가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또 중국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철강 생산 규모를 최대 1억5,000만톤 감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면서 수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가격이 작년 12월 이후 오르면서 국내 고로 업체들이 열연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올렸으나 시장에서 큰 저항은 없었다"며 "이는 1·4분기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건설주도 역발상 투자의 유력한 후보다.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지난 18일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7일의 102.52에서 약 17% 오른 120.21로 마감했다. 작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저유가에 따른 플랜트 발주 감소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동 지역 건설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2,366억달러로 지난해의 2,369억달러와 비슷하고 석유제품 관련 프로젝트 발주는 676억 달러로 전년대비 14.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업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정상 발주를 가정하고 과거 수주 성공률 30%를 적용했을 때 올해 중동 수주 규모는 2014년에 비해 123% 늘어난 36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 테마주 중에서는 태양광 관련 종목과 이란 특수 관련주가 역발상적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지목된다. 태양광 관련주의 경우 당장은 저유가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구조적으로 성장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란 관련주는 이란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투자 확대를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던 중국 특수 관련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갈등으로 휴지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란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에스엠·SBS콘텐츠허브 등의 콘텐츠 업체, 이란 현지법인을 통해 건강식품·음식료 등을 팔고 있는 KT&G·오리온·CJ제일제당 등이 거론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유력한 대체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박경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산업의 성장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OCI 등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관련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펀드 순유입 기조… 원유 등 원자재에 자금 몰려

■ 간접투자도 逆발상
無원칙 투자땐 손실 클 수도


박준호 기자

펀드 등 간접투자에서도 역발상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하락세인 반면 국내주식형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9일 현재 국내주식형펀드의 총 설정액은 61조1,163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3조3,142억원이 증가했다. 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에는 4거래일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순유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약 2.68% 하락음에도 국내주식형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저가매수를 노린 역발상 투자로 해석된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한국투자KINDEX200'펀드의 설정액이 연초 이후 2,367억원 늘어났다.

투자상품 가운데 역발상 투자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원유 등 원자재 관련 펀드들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금펀드·천연자원펀드 등을 포괄하는 해외특별자산펀드에는 730억2,500만원의 자금이 몰렸다. 해외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에너지섹터펀드에도 연초 이후 31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의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와중에도 스마트머니가 ETF를 중심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펀드에 783억원의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고 '삼성WTI원유특별자산1(WTI원유-파생)'펀드에도 135억원이 유입됐다. WTI 관련 상장지수채권(ETN)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8일 '신한WTI 원유선물 ETN(H)'에 대해 500만주를 추가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날 종가(6,060원) 기준으로 303억원 규모로, 지난해 10월 200억원 규모로 신규 상장된 지 4개월 만이다.

여기에는 현재 수준의 낮은 유가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칼라 마커슨 소시에테제네랄 경제리서치부문 글로벌 대표는 최근 "수요가 적게나마 회복하고 공급도 미국을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연말에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발상투자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잘 사용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확실한 원칙 없이 단순히 역발상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손실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수익률이 오를 것이라는 과잉확신을 가진 투자자는 이익이 일정기간 지속되면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해 일찍 매도하고, 손실이 반복되면 평균회귀를 예상해 자산을 계속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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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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