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게이미피케이션과 놀이하는 인간-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네덜란드 문화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했다. 하위징아는 인류 역사에서 만들어진 모든 형태의 문화는 기원에서 놀이 요소가 발견되고 있으며 놀이는 인류가 문명을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일과 놀이의 구분은 명확해지고 엄격해졌다. 산업 현장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대적 학교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습과 놀이 역시 분리되고 심지어 놀이가 학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놀이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다시 달라지고 있다. 창의성이 강조되는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다. 더 이상 근면과 성실이라는 근대의 덕목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에서 생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놀이가 사물을 결합하고 해체함으로써 우리를 매혹시키고 놀이는 율동과 조화로 충만하다고 한 하위징아의 통찰이 창의적 사고와 행동의 특징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조적인 사고는 기존 사고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놀이로 가능할 수 있다. 특히 기술 혁신과 융합이 만들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로 키워진 거시적·창조적 사고는 필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놀이와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게임을 즐긴다. 게임에는 재미와 보상·경쟁이라는 요소가 응축돼 있기에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에는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놀이와 도전·포상 등의 게임 요소를 가미해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이라는 개념이 각광 받고 있다. 어렸을 때 우리가 별이나 동물 모양이 찍힌 달고나 뽑기에 집중했던 것을 생각하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마케팅뿐 아니라 학습·의료·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 게임은 전 세계적인 거대 산업이 돼가고 있다. 중국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게임 기업의 시가총액이 210조원에 이를 정도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아직 더뎌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 기업도 아직 글로벌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시장 규모도 전 세계 시장의 6.7%에 불과하다. 또 게임 과몰입 문제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게임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는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에 다시 억압의 외피를 두르는 일이다. 건전한 게임 문화 확산과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놀이의 본성인 '율동과 조화'라는 지혜의 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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