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화를 안 하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
지난 2009년 2월 경영난을 겪던 쌍용자동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두 달 뒤 쌍용차는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은 반발했고 민주노총과 함께 5월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 옥쇄파업(명예를 위해 죽음을 각오한 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컨테이너로 출입구를 막고 자동차 부품으로 대형 새총을 만들어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매출 피해액만 3,035억원에, 판매량은 2008년 9만2,665대에서 2009년 3만4,936대로 곤두박질쳤다. 사람들은 "쌍용차는 사실상 끝났다"고 수군거렸다.
큰 아픔을 겪은 쌍용차 노동자들은 달라졌다. 노조가 바뀌면 회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사회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2009년 9월 쌍용차 노조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했고 투쟁을 외치던 머리띠 대신 볼트를 조이며 회사와 힘을 합쳤다. 노사 협력은 '코란도C'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희망퇴직 및 무급휴직자 455명은 2013년 모두 복귀했다.
하지만 여전히 쌍용차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일터로 돌아오지 못한 정리해고자 187명이 남아 있었다. 노사는 다시 한 번 힘을 합쳤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를 지난해 1월 출시했다. 간절한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은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4만5,021대, 수출 1만8,672대 등 총 6만3,693대가 팔리며 쌍용차의 전성기였던 2002년 대형 SUV '렉스턴(5만4,274대)' 이후 단일 차종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티볼리 덕에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서는 업계 최대 성장률(44.4%)을 기록하며 4·4분기 자동차 영업만으로는 9년여 만에 21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쌍용차 노·노·사는 정리해고된 187명을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합의했고 해고자 40명은 22일 7년 만에 평택공장으로 출근해 교육을 받았다. 2009년 이후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끝내며 힘을 합친 쌍용차 노사가 이뤄낸 기적이다.
한때 노사관계 실패의 대표사례였던 쌍용차는 이제 노사 협력의 성공사례로 다시 써지고 있다. 평균 억대 연봉에도 매년 파업을 단행하고 중소 부품사의 사정은 봐주지 않는 국내 자동차 업체 노조의 이기주의에 쌍용차와 티볼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노사의 협력이 최고의 경쟁력이고 히트작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회사 없이는 노조도, 일자리도, 노동자도 없다.
/산업부=강도원기자 theo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