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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가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200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2014년 유로존, 그리고 지난달 세계 경제 3위국인 일본이 도입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 경제의 20%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의 적용대상이 됐다.
중앙은행 예치금에 이자 대신 수수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금리는 '극약처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추락하는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로금리·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했고 마이너스 금리는 그 결정판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처방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더 큰 상황이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 정책 도입을 전격 발표한 후 엔화 가치는 오히려 치솟고 물가 목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보다는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고갈됐다는 우려만 더 짙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로 직접 타격을 받게 된 은행권은 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융자대상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예금자들의 불만도 높다. 최근 한 일본 매체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 것은 국민들에게 채찍질을 가해 위험자산에 강제로 돈을 몰아넣게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예금조차 수수료를 물리는 유럽의 경우,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왜 저축을 하는 사람이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분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이 불·바퀴와 더불어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치켜세웠던 '중앙은행'이 코너로 몰리고 있다. 만약 마이너스 금리조차 경기 회복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중앙은행 무용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한은이 당장 금리를 동결했지만 부진한 경기와 불안한 대외여건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현재 1.5% 수준인 기준금리를 2·4분기 중 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본유출 등의 역풍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추세적인 하락 기조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금리 인하는 갈수록 우리 가계에 큰 고민을 안길 것이다. 과거 같으면 싼 금리를 적절히 활용해 집도 넓히고 주가 상승을 기대해 주식투자도 하겠지만 성장전망이 어두운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소득이 단절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가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정기 예금금리는 20년 전에 비해서는 10분의1토막, 10년 전에 비해서는 5분의1 토막이 된 상태다.
초저금리는 가계 단위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춰 적정한 자산배분 전략을 짜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40~50대 중장년층이라면 우선 소득 단절 등 최악의 상황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지출을 줄이고 빚을 갚아 순자산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투자에 대한 지식도 쌓아야 한다. 저금리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각광 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올 들어 기초자산인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마저 우려되자 많은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금융상품에 대해 위험 정도를 직접 가늠할 수 있어야만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는 경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하는가가 중요시되는 시대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금융의 격변기. 국가도 그렇지만 우리 개인들도 익숙한 패러다임과 이별을 고하고 '뉴 노멀'에 맞춰 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학인 증권부장 leej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