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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은 지금] 베트남 시장 1위 깃발 꽂은 ‘CJ그룹 3형제’의 성공기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연중기획 ‘30대 그룹은 지금’ 2016년 3월호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2012년 4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CJ 글로벌 콘퍼런스’에 CJ그룹 전 계열사 경영진들이 모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의 미래는 글로벌에 있다”고 강조하며 “베트남에 제3의 CJ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교두보로 중국에 이어 베트남을 택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현재, CJ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 활동을 하는 곳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바닥을 친 베트남 경제가 2011년 이후 4년 만에 6%대 성장에 복귀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약 1억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데다, 매년 큰 폭으로 가계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주요 소비자층인 20·30대의 비율이 20%를 넘어 내수 소비시장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나라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CJ그룹이다. CJ그룹은 1998년 베트남 하노이에 대표사무실을 열면서 처음 베트남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16년 현재 CJ그룹에서는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오쇼핑, CJ CGV, CJ푸드빌 등의 굵직굵직한 계열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 중 특히 CJ오쇼핑, CJ CGV, CJ푸드빌은 각 사업 분야에서 시장 1위를 질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은 어떻게 이국땅 베트남에서 시장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베트남 하롱 CGV 전경. CGV가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극장 브랜드로 자리 잡은 까닭에 각 영화관들도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베트남 하롱 CGV 전경. CGV가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극장 브랜드로 자리 잡은 까닭에 각 영화관들도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 CGV,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No.1

CJ CGV는 지난 2011년 7월 베트남 현지 멀티플렉스(Multiplex·영화 상영관, 쇼핑센터, 식당 등을 한 건물 내에 갖춘 복합건물) 극장 체인인 메가스타 Mega Star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7개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이던 베트남 1위 업체 메가스타를 인수하면서 CJ CGV는 베트남 시장 진출과 동시에 시장 1위 사업자가 됐다.

CJ CGV는 메가스타를 인수하고서도 한참 동안 메가스타 상호를 사용했다. 갑작스러운 브랜드 전환으로 고객에게 혼란을 주기보다는 원만한 인수 과정을 거쳐 운영의 안정을 꾀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CJ CGV가 메가스타 상호를 ‘CGV’로 바꾼 건 한참 후인 2014년 1월의 일이었다.

시장 1위 기업을 인수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뭐가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가 않다. 2014년 1월 메가스타 상호가 CGV로 바뀔 당시 CJ CGV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극장 수는 12개에 불과했다. 2016년 현재 CJ CGV가 운영 중인 베트남 극장은 31개이다. 불과 2년 만에 2.5배 이상 덩치를 키운 셈이다.

단순히 외형만 키운 게 아니다. CJ CGV는 베트남 시장에서 ‘CGV’ 브랜드의 프리미엄화에 성공하며 굉장히 높은 영업이익률로 현지의 관심을 받고 있다. CJ CGV 베트남 사업부는 2014년 5,080만 달러의 매출에 67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여 13.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2위 극장 사업자인 플래티넘의 영업이익률 6.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베트남 CGV의 영화 티켓 가격이 시장 평균 대비 30%가량 더 비싼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CJ CGV가 베트남에서 프리미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 혁신 덕분이었다. 베트남 CGV는 베트남 극장 업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포인트 적립 및 선물 증정, 제휴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비싼 관람료에도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도록 했다. 베트남 최초로 모든 스크린을 디지털화한 것이나 4DX, IMAX 등의 특별관을 도입해 관람 환경을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CGV를 찾게 한 배경이 됐다. CJ CGV는 현재 베트남 극장업계에서 극장 수, 스크린 수, 매출, 수익성 등 모든 부문에서 확고한 No.1 기업의 입지를 굳혔다.

뚜레쥬르 베트남 호찌민 응웬짜이점 전경. 친절한 서비스로 현지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뚜레쥬르 베트남 호찌민 응웬짜이점 전경. 친절한 서비스로 현지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 CJ푸드빌, 뚜레쥬르로 식탁 점령

CJ푸드빌은 2007년 6월 호찌민시에 뚜레쥬르 1호점을 열면서 베트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7년 시장조사 당시 CJ푸드빌은 베트남의 독특한 식문화에 주목했다.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 경험이 있었던 까닭에 동남아시아 국가임에도 식사에 빵을 곁들여 먹는 독특한 식문화가 있었다. 수요가 안정적인 만큼 베이커리 사업을 영위하는 뚜레쥬르의 성공 가능성이 상당해 보였다. 하지만 베트남의 베이커리 시장은 철저히 로컬 매장 중심이어서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공은 자신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이에 CJ푸드빌은 현지화 전략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는 쪽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뚜레쥬르가 베트남 시장에 처음 문을 연 2007년까지만 해도 베트남 식음료 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 매장에서 물건값을 지불한 후 바로 문제가 발견되어도 구매 금액의 10%를 제하고 환불해줄 정도였다. 매장 직원들도 불친절한 서비스가 몸에 배어 있어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뚜레쥬르보다 먼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식음료 업체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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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레쥬르는 다른 매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친절한 서비스를 강조했다. 지금도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뚜레쥬르 매장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객이 들어서면 매장 직원들이 “뚜레쥬르, 신짜오(안녕하세요, 뚜레쥬르입니다)”하고 인사를 한다는 점이다. 매장 직원들의 인사는 고객들에게 뚜레쥬르가 차별화된 매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뚜레쥬르는 여세를 몰아 베트남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히려 돈까지 내가며 직접 주차를 해야 하는 다른 매장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서비스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CJ푸드빌은 베트남에 마일리지 제도 및 멤버십 제도, 카페형 매장 등을 처음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뚜레쥬르의 카페형 베이커리는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와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로 현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데이트코스로 꼽히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차별성 있는 서비스들을 선보인 덕분에 CJ푸드빌은 뚜레쥬르를 베트남 시장 1위 베이커리 브랜드로 올려놓으며 2012년부터 여유롭게 왕좌를 수성하고 있다.

CJ오쇼핑이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으로 세운 ‘SCJ TV 쇼핑’ 방송 장면. 실감 나는 시연과 화려한 화면 구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CJ오쇼핑이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으로 세운 ‘SCJ TV 쇼핑’ 방송 장면. 실감 나는 시연과 화려한 화면 구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CJ오쇼핑의 미래는 베트남에

CJ오쇼핑은 2011년 7월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으로 SCJ TV 쇼핑을 론칭하며 베트남 시장에 입성했다. SCJ TV 쇼핑은 다른 홈쇼핑 업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렵지 않게 시장 1위에 올랐다. CJ오쇼핑이 국내 TV홈쇼핑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쌓아온 다양한 사업 노하우를 SCJ TV 쇼핑 운영에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SCJ TV 쇼핑은 지난해 기준 5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SCJ TV 쇼핑은 제품의 소개에만 치중하는 여느 베트남 TV홈쇼핑 업체들과 달리 실감 나는 시연과 화려한 화면 구성,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쇼퍼테인먼트(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방송으로 시작부터 크게 앞서나갔다. 패션쇼나 요리 방송 등을 보는 듯한 프로그램 구성이 고객들의 시청 집중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이었다.

2011년 32억 원이었던 SCJ TV 쇼핑의 총 거래액은 2014년 277억 원까지 늘어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높은 성장세 덕분에 SCJ TV 쇼핑은 CJ오쇼핑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 TV홈쇼핑 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베트남 TV홈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SCJ TV 쇼핑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이하 박스 기사>

CJ제일제당 베트남 동나이 사료공장.CJ제일제당 베트남 동나이 사료공장.


◇ 차세대 1위 후보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각 사업 분야에서 1위 기업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사료 사업 및 축산 사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사료양은 연간 70만 톤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의 베트남 사료 사업부는 2001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38%에 달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양돈(養豚)과 종계(種鷄) 등 축산 사업도 최근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베트남에서 종돈(種豚) 2,200두, 모돈(母豚) 1만 1,200두의 양돈 사업과 10만 수(首) 규모의 종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서 유리한 이유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가계 총소비는 1,3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증가율 6.68%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소비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33만㎢가 넘는 국토나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가진 국가치고는 아직 주목할 만큼 내수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베트남 사업을 담당하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말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절대적인 시장 규모로만 보자면, 아직도 베트남 시장은 너무 작죠. 하지만 베트남 시장은 한 번 잠재력이 터지기 시작하면 엄청날 것이라 예상되는 곳입니다. 베트남에 시장 조사팀을 보내놓으면 공통으로 들어오는 보고가 ‘지금 장난 아니다’예요. 상당 부분의 소비재가 짝퉁(모조품)으로 유통돼서 숫자로 안 잡힐 뿐, 베트남 현지인들의 소비 욕구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소비 여력이 커지면, 이들이 정품을 사기 시작할 거 아니에요. 가짜가 팔린다는 건 진짜를 원한다는 거거든요.”

이 관계자는 또 베트남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베트남 시장에는 한국 기업들한테 유리하게 작용하는 강력한 시장 장벽이 있어요. 베트남 시장에 중국 기업은 못 들어오고 미국 기업은 안 들어온다는 거죠. 베트남과 중국의 사이가 안 좋잖아요. 어느 정도냐면, 전 세계 길거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국 음식점들이 베트남에서는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미국 기업들은 질려서 못 들어오죠. 뇌물 문화 같은 게 만연해 있거든요. 각오하고 오는 미국 기업들도 손사래를 치며 나갈 정도입니다. 여기서 사업을 하느니 달에 가서 하겠다고요. 그런 것을 다 견디면서 사업할 수 있는 곳이 아시아 기업들밖에 없는데 제일 큰 경쟁자인 중국이 못 들어오니 한국 기업들에게는 보통 기회의 땅이 아니죠.”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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