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국 관광 경쟁력을 키워라] "역사·문화·농업도 킬러 콘텐츠"… 全분야에 '관광고깔' 씌우자

관광단지·쇼핑센터 벗어나

'창원 상상길' '포천 산사원' 등 도시재생사업·경제자원 활용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시급

지방 연결 'K트래블버스' 외

철도·항공으로 연계 가능한 외국인 교통 인프라 구축 필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수에서 K트래블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K트래블버스는 서울과 지방 관광지를 연결하는 외국인 전용 교통수단으로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경상남도 창원시 창동에는 155m의 '상상길'이 있다. 외국인 2만3,000명의 이름이 블록에 새겨진 길이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거리를 스토리화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창원시가 30여만명의 외국인 신청자 중에서 선정했다. 또 경기도 포천의 산사원은 산업관광의 성공사례다. 산사원은 주류기업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전통술 문화갤러리로 전통술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과 기업을 막론하고 관광은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이른바 관광고깔, 즉 관광이라는 '고깔'을 씌우는 것이다. 관광고깔은 원래의 효용에 부가가치를 더한다. 자연경관이나 역사유적은 물론 문화예술·농업·의료·교육·스포츠·기업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관광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기로에 선 한국관광에 관광고깔을 통한 경쟁력 창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에 이야기를 심자=세월호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연속된 참사에 한국 관광산업은 비틀거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323만명에 그쳐 12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러한 참사는 우리 관광산업이 보기보다 허약하다는 것을, 거꾸로 관광이 어느 부문보다 더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반증했다.

24일 한국관광공사와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한국 관광산업 비중은 5.8%다. 이는 미국(8.0%)이나 프랑스(9.1%)보다 한참 낮고 이웃 일본(7.6%)보다 작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아래는 폴란드·룩셈부르크·캐나다 등에 불과하다.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도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29위로 직전 조사인 2013년보다 4단계나 내려앉았다.

그동안 국내 관광산업은 중후장대한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관광단지와 쇼핑센터를 만들고 호텔을 지었다. 그동안의 승승장구는 지정학적 영향이 컸다. 이웃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대지진 이후의 일본 관광시장의 부진이다. 2016년은 본격적인 경쟁의 무대가 될 듯하다. 전문가들은 관광한국을 위해서는 한국의 강점을 적극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수한 전통문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기술력이다.

경남 창원의 상상길은 문화와 관광이 더해진 도시재생사업의 본보기다. 쇠락한 구도심이었던 창동에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창동 예술촌'이 생겼고 여기에 '상상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지가 마련된 것이다. 외국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찾으러, 내국인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끌려 상상길을 방문하고 있다. 창원시는 글로벌 캠페인 'Write Your Name in Korea(당신의 이름을 한국에 새겨보세요)'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포천 산사원 같은 우리의 우수한 경제성과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올해 정부는 정보기술(IT)·자동차·항공우주·식품·화장품·한방 등 핵심 산업자원 콘텐츠를 활용해 10대 명품 산업관광 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지금도 산업관광이 없지는 않다. 정부가 집계하기로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330여개 기업이 산업관광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시나 홍보 위주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2년에도 '한국형 산업관광 실현'을 목표로 100대 산업관광자원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관광은 특성상 비즈니스 기능과 상품판매를 결합한 수익모델이 필요한데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외국인 친화 교통 인프라 구축해야=1963년 서울 아차산 아래에 워커힐호텔이 세워지는 등 1960년대 이후 관광이 산업으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대개 특정지역에 집중됐다. 쇼핑관광이 가능한 서울 위주였다. 관광지에서도 빈부격차가 생긴 것이다. 2014년 외래객 실태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전체의 80%가 서울을, 18%가 제주를 각각 방문했다. 반면 경기도나 부산·강원도는 각각 13%, 8%, 7%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는 통계수치로도 미미했다. 한국의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관광이라는 관광고깔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을 방문하게 하는 유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지역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적절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가 오는 3월부터 시작하는 'K트래블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K트래블버스는 지방을 연결하는 셔틀형식의 외국인 전용 자유여행상품이다. 일단은 전세버스로 시작하지만 철도와 항공 같은 다른 교통수단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의 개별적인 이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표기 등 교통체계 안내를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꾸고 렌터카·지역호텔 등의 서비스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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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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